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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익스프레스》 작가 에릭 와이너 인터뷰

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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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익스프레스》 작가 에릭 와이너 인터뷰

24-09-12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 자기 계발의 아이콘‘갓생’의 대명사 벤저민 프랭클린의 길고 쓸모 있는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나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로 30만 독자를 철학에 빠지게 만든 베스트셀러 작가 에릭 와이너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평생 쏟아부은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중년의 불안과 걱정에 시달리던 에릭 와이너는 어느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인생 재고 조사’에 나섭니다. 그때 벤저민 프랭클린이라는 인물이 영감처럼 그의 삶에 다가옵니다.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 자기 계발의 아이콘, ‘갓생’의 대명사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 말이죠.


《프랭클린 익스프레스》는 에릭 와이너가 필라델피아부터 파리까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길고 쓸모 있는 삶의 비밀을 찾아 떠난 여행기이자 나이 듦과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탐구하는 여정을 담은 책입니다. 베스트셀러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위대한 철학자들의 지혜와 영감을 찾아 떠났던 에릭 와이너가 이번에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인생 조언을 만납니다. 책 뒤에 숨겨진 에릭 와이너의 깊은 이야기를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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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익스프레스》 저자 에릭 와이너 



Q. 왜 프랭클린인가요? 당신의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소크라테스부터 보부아르까지.철학자가 알려주는 인생 조언을 충분히 들려주지 않았나요? 무엇이 부족했던 것인가요. 혹은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저는 유용한 조언과 지혜를 구하는 데 지치지 않아요. 돈이 너무 많거나 지식이 너무 많을 수는 있지만, 지혜가 너무 많을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제 인생의 대부분을 인도, 중국 등 해외에서 지혜를 찾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제가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왔죠. 인생과 나이듦에 대한 지혜를 성숙시킬 때가 됐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 책의 서문에 써뒀듯이, 중년의 위기라고 할까요... 흔들리던 인생 앞에 프랭클린이 예기치 않게 등장했습니다. 마침 그가 나타나서 기뻤습니다.


Q. (한국어판 서문에도 썼지만) 한국인들과 프랭클린은 특별한 인연이 없어요. 100달러 지폐에서 그를 본 사람들 혹은 프랭클린 플래너를 써본 사람을 제외하고는요. 그런 한국 독자들에게 프랭클린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가 그의 어떤 면모에 주목해보기를 권하나요.


말씀하신대로 프랭클린은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하지만 사실 그는 매우 한국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윤리적인 면이 아니라 기질적인 면에서요. 그 중심에는 자기 수양과 좋은 습관의 실천이 있습니다. Philosophy를 가리키는 한국어 ‘철학’은 말 그대로 ‘지혜를 연구하는 학문’ 또는 ‘지혜로워지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벤자민 프랭클린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삶의 ‘방법’입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프랭클린은 유교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보였고 자신의 신문 <펜실베이니아 가제트>에 공자에 대한 글을 싣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도덕적 완벽함”이라고 칭한 개인의 향상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이지만, 언제나 더 폭넓은 사회적 목표를 추구했습니다. 이 역시 매우 한국적인 개념입니다. 한국의 전통에서 개인의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사회적 조화는 행복한 삶을 위해 필수적이죠. 우리는 사회에서 가장 불행 한 사람만큼만 행복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프랭클린이 추구한 가치입니다.


Q. 프랭클린은 훌륭한 면만큼 부족한 면도 많은 인물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점을 포함한’ 프랭클린의 삶 전체를 들여다보자고 제안합니다. 완벽했는지 아닌지를 묻지 말고 ‘쓸모 있고 유용했는지’ 질문합니다. 그것은 어떤 차이일까요? 완벽한 삶이 더 좋지 않나요? 


우선, 완벽한 삶은 달성할 수 없습니다. 다만 목표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죠. 그런데 우리 중 너무 많은 사람들은 목표를 너무 낮게 잡습니다. 솔직히 저는 우리 중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완벽주의를 변명거리로 삼는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그러니 뭘 내가 무얼 한들 가능하겠어...?” 

프랭클린은 아니었죠. ‘쓸모 있는 삶’이 그의 인생의 목표였습니다. 프랭클린은 여전히 불완전한 삶을 살면서도 매우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랭클린은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어쨌든 일부는 인정했지만), 완벽하지만 쓸모없는 삶보다는 결함이 있지만 유용한 삶이 낫다는 생각으로 그 자신의 인생 프로젝트들을 추진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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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랭클린의 노년이 흥미롭습니다. 소심해지지 않고 대담해진 노년, 영국의 신민에서 미국의 독립군이 된 노년, 노예를 부리는 입장에서 노예해방론자로 바뀐 노년. 우리는 보통 노년에 가까워지면 평생 쌓아온 생각이 더 굳어지고, 변화하기 힘들어진다고, 그래서 타인과의 대화도 점점 어려워진다고 여깁니다. 그는 어떻게 유연한 노년을 살 수 있었을까요.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소심해집니다. 더 이상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지 않고, 이길 방도가 없는 싸움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프랭클린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해가 갈수록 더 대담해졌습니다. 69세의 나이에 런던에 살던 프랭클린은 영국 국왕의 충직한 신하에서 미국 반란군으로 변신했습니다. 

또한 프랭클린은 해가 갈수록 지적으로 더 많이, 아니 더 민첩하게 성장한 보기 드물고 훌륭한 인간이었습니다. 80대까지 그는 노예제도와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81세에는 제헌의회 대의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젊은 의회 동료들에게 그들의 생각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문서에 서명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내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고 다른 사람의 판단을 더 존중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프랭클린은 80대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행동하고 배우고 의심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Q. 프랭클린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여행가였습니다. 당신은 이 책에 썼어요. 여행은 삶을 연장시킨다고요. 프랭클린도, 당신도 정말이지 여행으로 말미암아 엄청나게 역동적이며 다채로운 인생을 살았습니다. 여행이 당신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요. 프랭클린과 당신은 어떻게 같고 또 어떻게 달랐나요.


여행은 프랭클린을 변화시키고 시야를 넓혔으며, 그건 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여행이 어떻게 이런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여행은 실제로 우리의 세상을 확장하지만 그건 여행이 우리의 삶을 축소하기 때문입니다. 길 위의 삶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제한되죠. 이것이 제가 여행에 그토록 끌리는 이유입니다. 제게는 축소된 삶이 더 나은 삶이고 더 행복한 삶입니다. 


여행의 은밀한 비밀은 여행이 그럴싸한 농간이자 심리전이라는 것인데요. 사실 길 위에 있는 우리는 집에 있는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파리에서 더 낭만적인 사람이 된 것 같고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더 느긋한 사람이 된 것 같을 수는 있지만 이 도시들이 아무리 멋지다 한들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변화는 어디서 올까요? 우리는 여행지에서 낭만적이거나 느긋하거나, 하여튼 지금과 다른 사람이 될 자유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됩니다. 우리가 여행 중에 경험하는 모든 것은 사실 집에서도 전부 경험할 수 있죠. 그저 훨씬 힘들 뿐입니다. 그럴 때 약간의 농간과 자기기만은 도움이 됩니다. 프랭클린만큼 이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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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프랭클린

 


Q. 프랭클린이 자신의 삶을 일종의 ‘책’으로 여겼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1인 출판사이고, 스스로 자신의 오자를 수정할 수 있다는 말. 오늘날, 절망이나 실패에 허우적거리고 포기하고 마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관점의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의 오자라면 어떤 게 있었고, 이 책 속 프랭클린을 만나면서 당신에게도 변화가 있었나요.


실수는 일종의 오타이며 쉽게 고칠 수 있다는 프랭클린의 태도가 놀라운 관점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데 동의합니다. 이 책을 쓰기 전에는 실수를 할 때마다 제 자신을 자책하곤 했어요.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변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실수는 인생에서 피할 수 없고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실수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인생의 오자’를 수정하고 프랭클린처럼 새롭고 개선된 버전의 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책의 마지막, 당신은 수영에 성공합니다. 과거와 세월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동력 삼아 오늘을 잘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로 읽었는데요. 거기에 프랭클린이 큰 몫을 했다고 봤습니다. 이 책을 쓰고 나서 당신에게 일어난 변화는 무엇인가요?


매우 통찰력 있는 관찰입니다. 사실입니다. 프랭클린에게 수영은 즐거운 활동인 동시에 우주와 관대한 자연에 대한 은유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말했듯이 사람이 물에 빠져 죽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습니다. 부력은 우리가 물에 뜨기를 원합니다. 책을 쓴 이후로 저는 이 자연스러운 부력에 더 많이 의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더 인생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수영도 더 잘하게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