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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드홍의 내가 만든 책

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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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드홍의 내가 만든 책

24-05-22

뉴스를 보면 언제나 궁금했습니다. 왜 어떤 정치인들은 극단적인 언행을 일삼을까? 주위에서 다들 ‘비호감’이라고 부르는 정치인이 어떻게 권력을 차지할 수 있을까? 저들은 나쁘고 우리는 선해서, 나쁜 놈들 전성시대라서, 유권자들이 혐오로 가득 차 있어서, 다들 각자의 설명이 있겠지만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의 저자들은 20퍼센트의 지지만으로 100퍼센트의 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 법과 제도에 주목합니다. 다들 “룰을 지켜라~ 룰을 지켜라~” 노래를 부르지만 실은 누더기로 만든 룰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는 거죠.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민주주의가 ‘합법적으로’ 붕괴되고 있습니다. 왜곡된 선거로 인해 패배한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비리 수사는 경쟁 세력과 비판 세력에게만 적용되며, 국가 원수가 지목한 대법관들이 다수의 뜻과 반대되는 판결을 내립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대부분 미국의 사례이지만 읽다 보면 전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 주류 정치인들이 극단주의 세력을 은밀히 지원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국가 기관이 편향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은 우리가 오랜 시간 뉴스에서 목격해왔으니까요. “과연 우리의 제도는 문제가 없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책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매우 경건한 마음으로 읽어야 할 책처럼 느껴지는데요, 실제로 읽어 보면 〈왕좌의 게임〉(aka 《얼음과 불의 노래》) 스타일의 정치 혈투극입니다. 지금 우리의 제도가 얼마나 많은 음모, 협잡, 암투로 만들어졌는지 깨달을 수 있지요. 책을 더 재미있게 읽고 싶은 분들은 〈왕좌의 게임〉 오프닝 테마를 들으며 읽어보세요. 개인적으로 〈왕좌의 게임〉의 엄청난 팬인데 정치 도서를 읽으며 비슷한 재미를 느낄 줄 상상도 못 했네요. 권력을 향한 욕망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거의 무한에 가깝기에 잘 설계된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또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 책입니다. 같이 읽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