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부부가 닮아가는 이유
24-05-09
부부란 평생 인생을 함께 걸어가자고 약속하는 동반자인데요.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소한 습관부터 말투나 성격까지 많은 것을 서로 닮아갑니다. 그런데... 외형적 특징이 비슷하게 변화하며 얼굴 역시 닮아가기도 한다는 사실을 아세요?
이는 나이가 들수록 남성과 여성의 호르몬 차이가 서서히 사라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얼굴의 특정 부위가 닮아간다기보다 남성이 여성화되고 여성이 남성화되면서 호르몬 측면에서 점점 비슷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여성은 사춘기 이후부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역할이 막강하지만, 60세가 지나면 에스트로겐은 급격히 감소합니다. 대신 난소와 부신에서 나오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테론의 역할이 중요해지고요. 반면 노인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은 여성의 에스트로겐처럼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에스트로겐이 젊은 남성보다 최대 세 배는 더 많아집니다. 이런 호르몬의 근무 교대로 인해 60세부터는 남성과 여성이 점점 더 서로를 닮아가는 것이죠.
얼굴형의 변화를 볼까요? 여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얼굴의 폭과 길이 비율이 바뀝니다. 사춘기 소년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증가로 앳된 얼굴에서 어른의 얼굴로 바뀌지만, 노인 여성은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얼굴의 폭이 더 넓어집니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하여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는 여성 보디빌더에게서 가끔 더 넓어진 턱선과 뚜렷한 눈썹의 특징을 발견하게 되죠.
사회적 역할이 반전되는 여성과 남성
한편 외적인 부분뿐 아니라 성격적 특징 역시 호르몬에 의해 변화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남성은 내향적이 되고 여성은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 가정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두드러집니다. 노인 남성은 전체적으로 더 부드러워질 뿐 아니라 조금 더 침울해집니다. 젊었을 때와 달리 쉽사리 낙담하는 경향이 있죠. 이런 심리적, 사회적 차원에서도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점점 더 닮아가곤 합니다.
이런 사회적 역할의 반전은 다음과 같은 풍경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직장 내에서 남자 직원들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서열 구조에 가치를 덜 두고 더 인간적이고 더 개인적으로 바뀌고, 여자 직원은 정서적인 동기보다 합리적인 동기에 비중을 둔다는 거죠. (물론 지나친 일반화일 수 있지만, 일부 경영자들은 이런 태도 변화를 직원들을 더 잘 이끄는데 활용할 수도 있겠죠.)
호르몬의 변동으로 인해 넓은 턱과 사무적 태도의 성향이 강해진 여성은 직장 생활이 더 유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의 CEO와 대규모 조직의 수장은 상대적으로 턱이 더 넓은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요. 확실히 우리는 턱선이 넓은 사람을 더 유능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갱년기 이후에 찾아온 두 번째 변성기?
목소리도 역시 호르몬으로 인한 변화를 피할 수 없습니다. 남자들의 목소리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얇고 높아지고, 여자들은 점점 더 굵고 깊어지는 것이죠. 이때 남성의 목소리는 생식능력이 점점 떨이지고 있음을 폭로하는 징표가 됩니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남성의 깊고 낮은 목소리는 여성의 관심을 끌기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진 나이 든 남성은 목소리를 깊게 내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는 생식의 필요성이 더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은 평생 여성호르몬 또는 남성호르몬이라는 신호물질의 조종을 받았고, 이처럼 나이 든 남성과 여성은 호르몬 측면에서 점점 더 닮아가고 있습니다. 노년기에는 호르몬에 의해 어떤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미리 알아보고 이 시기를 준비하면 노화가 마냥 두렵지는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