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디지털 교육의 미래를 묻다" 에누마 이수인 대표 초대석 <라디오북클럽 김소영입니다>
24-10-21
"세상이 더 좋아지려면 교육은 무엇을 해야할까?"
교사, 부모, 교육계 종사자라면 아마 늘 생각하는 질문이 아닐까요. AI가 아이들의 세상에 이미 들어왔고, 기술에게 기대하는 것도 있지만 부작용에 겁을 먹게 되고요. 이럴 때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지?'라는 질문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을 거 같아요.
새로운 시대, 같은 고민이 있는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토도수학'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님과 김소영 아나운서의 대화를 들어보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라디오북클럽 제작진이 함께 읽고 너무 좋다고 찬사를 보낸 책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도 함께요.
Q. 에듀테크 ’토도수학‘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무려 16년 전에 첫 아이를 출산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이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요.
저는 게임 개발자였어요.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 같이 게임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남편이 미국에서 박사를 하게 되어서 잠깐 미국에 가게 된 거였어요. '아이가 태어나면 몇년 있다 바로 한국에 돌아와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갔는데 거기서 아이가 장애가 있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매일매일 인큐베이터 옆에 앉아 있으니까 의사들이 말을 걸어주곤 했는데, 한 의사가 "너 무슨 일 했었어?"이러시는 거예요. 그 당시에 제가 할 수 있었던 많은 직업들 중에 장애가 있는 내 아이를 키우는 데에 쓸 수 있는 재능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막막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너무 부끄러워하면서 "난 옛날에.. 게임을 만들었어." 이렇게 말했더니 의사가 이렇게 말하고 가는거예요.
"와 멋지다! 여기 있는 아이들에게 그런 기술이 너무 필요한데!"
그 순간 제 인생이 정해진 순간이라고 생각을 해요. 게임 개발자로 일을 했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안 해봤어요. 그 말을 계기로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몰라, 나도 해봐야겠어'라고 생각했답니다.
건호가 박사과정을 끝낸 후 함께 창업한 에듀테크 회사 에누마 는 ‘하나하나 빠뜨리지 않고 센다’는 뜻의 영어 단어 ‘이누머레이트’에서 따온 이름이다. 에누마는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도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 제품을 만든다’라는 미션을 따르는 기업이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빨리 배우는 아이가 하나도 틀리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느리게 배우는 아이가 실패하거나 실망 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또한 우리 제품은 이른 나이에 학습을 해야만 하는 아이들, 교사가 가르치기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 이주 배경을 가졌거나 학교의 교과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우리가 만든 제품들은 부모와 교사,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시장의 다른 교육 제품에도 영향을 끼쳤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간에는 전 세계의 기초교육을 개선 하기 위해 개최한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대회’에서 가장 좋은 학습성과를 증명하면서 우승했다.《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 p.7
Q. 2011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동제품 상중 하나인 아동 페어런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디지털앱 부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세요, 큰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나요?
일단 전에 제가 제가 아동용 소프트웨어,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볼 때 정말 화가나고 마음이 아팠던 건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제품을 만들지 않은 거예요. 사람들은 게임이라고 만들어 놓으면 다 재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잘 만들어지지 않은 게임은 굉장히 재미가 없거든요. 근데 교육 쪽에 있는 사람들 중에 게임을 재밌게, 터치를 하면 이 느낌이 좋게, 이 그림이 예쁘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교육 제품을 거의 만들지 않았었어요. 당시 우리 제품은 게임을 잘 만들던 사람들이 만들었고, 아끼지 않고 자원을 부었고, 무엇보다 저희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바람에 기존에 제품들이 교육에서 잘못 생각하던 하나를 뒤집었어요. '모르면 실패, 실패하면 다시'라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고 이때 우리가 배운게 그 뒤에 교육 제품들이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 대표님은 어떤 것들을 해나가고 싶으세요?
2024 교육을 하는 사람들에겐 풀어야하는 문제가 있어요. AI 기술이 아이들의 세상에 들어오고 있고 기술에게 기대하는 것도 있지만 기술의 부작용에 겁을 먹게 되고 (부작용이) 증거로 드러나고 있어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미래엔 오히려 인간이 교육을 받아야하는 이유, 교육을 통해 어떤 아이로 기르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거 같아요. 똑똑한 사람들의 세상에서 'AI와의 경쟁해서 이기게 할까?' 이런 고민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에선 '모든 아이들을 위해 이 기술이 어떻게 쓰여야할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요.
이 새로운 시대에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려면 수학을 잘 가르치고 영어를 잘 가르치는 것 이상이 필요할 것 같고 그 방법이 어디에 있을지를 찾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과 열심히 노력을 해야할 거 같아요. (...) 제가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이 일을 시작했을 땐 내가 무엇을 하게 될지 전혀 몰랐거든요. 알았으면 못했을 일도 있고요. 정말 몰랐으니까 엄청 용기있게 일들을 해냈는데요. 지금도 그런 기분을 계속 느껴요.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기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모른다는 것에서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모르는 것 자체의 축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하다보면 또 많은 기쁨이 앞으로 계속 있지 않을까, 항상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몰라서 너무 다행이지 않느냐고, 오래전에 나이 든 의사가 예언하듯이 이야기했다. "아무도 이 아이의 미래를 모른다고! 정말 멋지지 않니?" 그 당시 나는 속으로 남의 일이니까 가볍게 말한다고 투덜댔지만, 되돌아보니 그만큼 현명한 말이 없었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눈 딱 감고 뛰어내리듯 새로운 삶에 뛰어들었다.
험한 산을 오르고 계곡을 넘고 매일 생각지도 못했던 기쁨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 앞으로도 그저 우리가 잘하는 일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르칠 수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 모든 것들이 그 아이들과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 p.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