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래한 AI시대, '토도수학' 에누마 이수인 대표가 말하는 디지털 교육의 미래
24-11-06
사진 출처: 채널예스 표기식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Enuma)’의 CEO이자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이자 확고한 교육철학으로 교육 현장에 균열을 내고 있는 이수인에게서 발견하는 인사이트.
이 시간을 통해서 저는 인간이 변하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예전의 저를 다른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16년 동안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것이 참 재미있어요. 지난 16년 동안 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사람, 성장하는 사람,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굉장히 감사한 시간이기도 하죠. 나 좋은 사람이 되었어, 이런 느낌이랄까요.(웃음)
그렇기도 하지만요. 회사의 목적이 확장되고 나서 느끼고 있는 건 오히려 멀미에 가까워요. 세상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중이거든요. 갈수록 더 심해요. ‘토도수학’을 만들고 난 뒤에 이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선행 학습용으로 쓰는 걸 봤어요. 3살, 심지어 2살 아이들도 이것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보호자들이 전보다 훨씬 빨리 선행 학습으로 시작하시더라고요.저희가 ‘킷킷스쿨’을 시작하고,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대회에 도전을 할 때 전 세계 2억 5천만 명이 문맹이었고요. 그러다 팬데믹 와서 2-3년간 학습 공백이 생기는 바람에 전 세계의 학습 격차가 훨씬 심해졌어요. 문맹인 아이들은 훨씬 더 늘어났죠. 그 와중에 AI의 시대를 사는 아이들은 앞으로 더 빨리 나가고 있거든요. 저는 양쪽에 다 공감하고, 양쪽을 다 고민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언제까지 양쪽 세계를 제정신을 차리고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약간 막막할 때가 있긴 해요.
멀미가 난다고 표현을 했는데요. 그러니까 저희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바라보는 영역을 기초 교육으로 한정했거든요. 왜냐하면 이것은 모든 인간이 결국 언젠가는 통과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때문에 만들고 있는 것 자체의 난이도가 달라지진 않았는데요. 생각해야 될 것들은 옛날보다 훨씬 더 늘어났죠. 워낙 다양한 사례가 있고, 더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는 세상이 있거든요. 또 과거 우리가 ‘이 정도는 배우고, 이 정도의 체계는 갖고 있겠지’라고 생각한 곳의 학교가 무너지거나 시스템이 무너져 버리는 것도 보게 됐고요. 그래서 고민이 많아졌다기보다 이것이 실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매일 깨닫고 있어요.구체적으로 일단 아이들이 전에 비해 훨씬 빨리 선행을 해요.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공부량이 계속 많아지고 있어요. 저희가 ‘토도수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들이 학습지로 문제를 풀었어요. 한 페이지 풀기, 30분 공부하기를 너무 힘들어 했는데요. 태블릿으로, 좋은 프로그램으로 공부를 하면 20-30분에 거의 100개의 문제를 풀 수 있거든요. 옛날보다 빨리 배우는 거예요. 그럼 보호자 분들이 만족할까요. 그렇지 않아요. 학교에도 가기 전에 영어도 학교 들어간 애들이 배울 만큼, 수학도 학교 가는데 다 배울 만큼, 한글도 그만큼 하는 식으로 꽉꽉 채우기만 해요. 저는 아이들이 괴롭지 않게 하려고, 도와주려고 하는 것인데 공부를 더 채워 넣는 상황을 보면 되게 괴로워요. 게다가 요새는 디지털 리터러시, AI까지도 가르쳐야 하잖아요. 코딩도 물론이고요. 이런 식으로 배워야 될 것이 계속 늘어나요.한편으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 가운데 ‘읽은 글을 믿어도 되는가’라는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UN에서 쓰는 아이들용 기초 학력 시험에 이 문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가리는 문제가 들어왔거든요. 예를 들어 ‘개는 알을 낳는다’ ‘사람은 하늘을 난다’ ‘물고기가 헤엄친다’ 같은 문장을 준 다음 맞는지 틀리는지 말하라는 거예요. 과거에는 읽는 법만 가르치면 됐지만 지금은 달라요. 거짓 뉴스는 물론이고 모바일로 참이나 거짓을 구별할 수 없도록 모든 것이 쏟아지는 상황이니까요. 정보보다 판단이 중요한 시대로 바뀐 거고요. 고차원적인 지적 능력이 없다면 읽는 것 자체가 실은 더 위험한 시대가 되었어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이게 정말 끝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사진 출처: 채널예스 표기식
당연히 보호자가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고 싶어할 거라고 한국 사람들은 상상하지만요.
굉장히 많은 곳에서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조차도 사회적 합의가 없어요.
그런 조건의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것이 현대의 국가가 하는 일이고,
그것이 공교육이거든요.
디지털의 희망
Q. “학교에서의 모든 경험이 아이가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천천히 이해하게 되었다.”(205쪽)고도 했는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학습의 존재 의미”(184쪽)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꽤 많이 헷갈려 하고 있는 것이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말 같아요. 따져보면 디지털 기기를 잘 사용하는 방법 역시 아무도 안 알려줬잖아요. 성인은 디지털 기기를 보면 어디서나 일하게 해주는 기기로 이해하겠죠. 하지만 아이들은 이걸 보면 게임하고 유튜브 보는 등 그냥 소비하는 데 써요. 나쁜 방법으로 쓰거나 피싱을 당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그럼에도 제대로 쓰는 방법을 안 가르쳐주니까 디지털이 아동, 청소년에게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결국은 그들의 삶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는 거거든요.
반면 지금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좋은 디지털을 사용하는 기술이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직업을 갖기도 어렵겠죠. AI를 활용해 증강된 세계 인력과 경쟁하는 부분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현실 때문에 저희는 학교에 제대로 된 디지털 경험을 보급하려고 해요. 또 이것을 바르게 사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죠. 디지털을 이용해 미래의 직업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사회로 가길 바라는 거예요. 지금도 학습이 어렵고, 보호자가 신경 못 쓰는 아이들은 하루 8시간씩 쓸데없는 비디오 게임을 하는 식으로 끌어내려지고 있거든요. 그런 아이들까지 더 나은 그 디지털을 통해 생산하고 생각하는 인간으로 학교가 바꿔줄 수 있어야 돼요. 이 부분에서 저는 디지털이 많은 것을 개선할 거라고 믿는 사람이니까 사실 희망을 보고 있어요.
Q. 지금 가장 집중하는 이슈는 무엇인가요?
AIDT라고, 한국의 AI 디지털 교과서가 내년부터 시작될 거예요. 저희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그 사업이 현재는 저희의 가장 커다란 이슈예요. 그것이 옳게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걸 보고 있는 해외 나라들이 되게 많거든요. 저희가 그동안 관심을 두고 나라들이 결국 디지털 정책에 관심이 있었던 나라들이고, 한국의 AIDT 모델 같은 게 쓸 만한지 지켜보고 있고요. 그래서 만약 한국에서 이 정책이 어느 정도 옳게 펼쳐지면 글로벌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 거예요.
또 하나는 결국 AI예요. AI가 교육의 목적을 바꿔 놓을 거거든요. 기초 교육에서는 그 압력이 줄었지만 여태까지는 한 사람이 시험을 쳐서 몇 점을 받느냐가 중요했잖아요. 그러니까 이 아이의 CPU의 퀄리티를 증명하는 식이었단 말이죠. 회사들은 그 칩을 사다가 회사를 구성하고요. 하지만 그런 식의 프로세스는 AI가 꽤 많이 해 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역량이 필요해졌어요. 한국도 ‘질문을 잘 하는 것’이 이번 교육 과정에 되게 중요하게 들어왔거든요.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부분도 그렇고요. 한국이 2032년에는 수능을 논술 중심으로 바꿀 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잖아요. 이런 식으로 사회가 어떤 사람을 만들어낼 건인가에 관한 기준이 바뀌는 중이라서요. 굉장히 신경 써서 교육의 변화를 보고 있어요. 생각보다 변화가 빠르게 올 거예요.
사진 출처 : 에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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