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을 배우는 시간
24-11-15
남들은 쉽게 하는 것 같은데, 저에게는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스몰 토크, 잡담이에요. 정확한 용건 없이 다른 사람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는 게 저한테는 쉽지 않게 느껴져요. 그래서 낯선 사람과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침묵을 지키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색하다는 걸 알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대화하는 뇌》를 편집하면서 대화, 그중에서도 잡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저자가 인간은 소통과 생존을 위해서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공통 현실‘을 만들어야 하고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곧 대화라는 것, 그리고 대화 중에서도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잡담이 중요해진다는 것을 알려주었거든요. 듣다보니 이따금씩 잡담이 공적인 대화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괜히 사람들에게 말을 붙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이 책은 ’대화하는 법‘에 대한 책은 아니지만, 편집하다 보니 대화를 나눈다는 행위 자체가 조금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처음에는 가까운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다음에는 헬스장 트레이너 선생님, 그 다음엔 가끔 들리는 동네 카페 사장님께도 말을 붙여 보았습니다.
신기한 건 제가 무슨 말을 꺼내건 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 말을 받아줬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제가 전에 알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이렇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대화의 힘에 대한 저자의 단단한 믿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개인에 불과했던 너와 내가 우리가 되는 과정이 이런 걸까 싶기도 했고요.
누구나 대화를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모든 사람이 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는 못하지요. 저에게 이 책이 부단한 대화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던 것처럼, 다른 독자분들께도 이 책이 닿아서 대화라는 관점에서 우리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떠세요, 책 《대화하는 뇌》가 걸어오는 대화에 응해주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