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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정재승, 교보아트스페이스 「실망하는 자의 믿음」 전시

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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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정재승, 교보아트스페이스 「실망하는 자의 믿음」 전시

25-01-07

한 해의 시작! 특별한 전시를 찾고 계신다면,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하는 「실망하는 자의 믿음」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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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아트스페이스(https://www.instagram.com/p/DDeCQ_vJKkr)
 

교보아트스페이스는 12월 12일부터 2025년 2월 2일까지 「실망하는 자의 믿음」 전시를 개최합니다. 「실망하는 자의 믿음」은 한해의 끝에 ’지금의 실망과 미래에 성취할 믿음‘이라는 기복신앙과 같은 위로를 찾아가는 전시입니다. 실망하는 자는 결국 무언가를 ’믿고 싶은 자‘이죠. 말하자면, 실망스러운 세상이 더욱 공정해 지는 미래를 믿고 싶거나, 실망스러운 습관들을 털어낼거라 믿고 싶거나, 실망스러운 건강 상태를 좋은 상태로 돌려놓겠다는 믿음. 우리는 대부분 실망하는 하루를 보내는 순간조차 믿고 싶은 것들을 꿈꾸는 나약한 존재들입니다. 한 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이 겹쳐지는 시기에, 작가들의 글과 그림을 통해 그러한 실망과 믿음이라는 근원적 태도들을 생각해 봅니다.


「실망하는 자의 믿음」은 그림을 그리는 ’김혜원, 박주애, 정아롱‘과 글을 쓰는 ’김용택 시인, 김주환 커뮤니케이션학자, 박연준 시인, 서동욱 시인/철학자, 정재승 뇌과학자‘가 참여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김혜원, 박주애, 정아롱‘ 작가는 작업의 과정 안에서 감각적으로 경험한 실망과 믿음에 대한 고찰을 작가 노트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무엇을 그릴지 정하지 않은 상태로 빈 캔버스를 마주하면 나는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다.“(김혜원), ”인간의 울음을 닮은 조각난 신체는 우연히 발견된 우리의 생과 닮아 있다.“(박주애), ”아직은 파악할 수 없는, 예측불가능한 세계 안에서 인간은 불안을 극복하고 희망적인 미래를 기원하며 마법으로 세계를 다스렸다.“(정아롱)


글을 쓰는 ‘김용택, 김주환, 박연준, 서동욱, 정재승’ 5명의 작가들은 ‘실망과 믿음’에 대한 글을, 마치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네듯 완성해 주었습니다. 에세이처럼 읽히면서, 작가들의 한 해를 어렴풋이 알게 되는 다섯 편의 글들을 읽다 보면, 그들의 삶이 우리들의 삶과 연결되었거나 닮아있는 지점들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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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아트스페이스(https://www.instagram.com/p/DDeCQ_vJKkr)  

전시장 한쪽에는 관객들이 자신만의 시간표를 그려볼 수 있는 ‘믿고 싶은 자’의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시간을 쏟고 싶은 일들, 사랑을 담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며 작은 바람들을 적어보며, 의미 있는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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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아트스페이스(https://www.instagram.com/p/DDeCQ_vJKkr)

예술과 글이 어우러진 작품들 중에서, 

특히 마음에 남은 《열두 발자국》 저자 정재승 선생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제목: 실망, 그게 뭐라고


실망은 일상다반사

동물에게 있어 실망은 다반사다. 벌어진 상황, 얻어진 결과가 기대만 못 할 때 실망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생존을 위해 뇌는 항상 다음 상황을 예측하는데, 세상은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는 항상 벌어진다. 거의 일상이다.  


예측 정확도 높이기

실망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복기의 시간’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내게 주어졌던 선택지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때의 정보만으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법을 배우고 익힌다. 재수가 없었다고 여기며 운을 탓한다면 배우는 게 없을 것이고, 상황 탓, 남 탓만 한다면 복기의 시간은 무익할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 세상에 무리한 기대를 하지 않는 것, 타인의 마음이 내 맘 같을 거라 넘겨짚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다. 


행복은 기대감이다. 

기대는 실망도 만들지만 행복도 만든다. 행복은 열매를 따서가 아니라 열매를 딸 것 같은 ‘수확의 기대감’에서 온다. 그와의 데이트를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고, 레스토랑에서 마지막 코스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 즐겁고, 생각지도 못하게 길에서 주운 5만 원이 기쁘다. 근사한 결과를 기대하는 동안 즐겁고, 기대보다 큰 것을 얻을 때 행복하다. 딱 기대한 만큼만 얻는 건 기쁘지 않고, 기대보다 적게 얻으면 실망한다. 행복도 실망도, 창업도 폐업도, 우정도 절교도, 모두 ‘예측과 기대’에서 비롯된다. 기대가 있을 때, 행복도 창업도 우정도, 아니 무슨 일이든 시작된다. 


예측 불가능성을 즐겨라 

언제부터인가, 나는 삶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았다. 덤덤하게 미래를 직면하고, 기대 없이 타인을 대하고, 그저 다음에 벌어질 변화무쌍한 세상을 즐긴다. 오히려 예측대로 되지 않을 때, ”뭔가 흥미로운 일이 시작되겠는걸?“ 하면서 눈을 반짝인다. 과학도 가설대로 결과가 나오면 별로 흥미롭지 않다. 내가 세운 가설과 다른 결과를 얻게 되면, 그때부터 뭔가 엄청난 발견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설렘이 시작된다. 빤히 정해진 미래가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미래를 더 기다린다. 인생은 반전으로 가득 찬 소설이니까. 


연극 같은 일상, 벙개 같은 만남

실망을 피하기 위해 조바심을 느끼지 않도록, 예측과 계획의 무게감을 삶에서 조금씩 내려놓으려 한다. 빽빽한 일정의 관광지 여행보다 처음 가보는 낯선 탐험 같은 여행을 즐긴다. 언제든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똑같이 시작되는 드라마보다, 배우가 실수할지도 모르는 연극이 점점 좋아진다. 늘 함께하는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보다 낯선 도시에서의 벙개가 더 가슴 떨린다. 기대만 못 해도, 우리에겐 내일, 또 다른 만남, 어제를 만회할 새로운 무대가 있지 않은가! 


탐험가의 마음으로 

미래는 예측할 수 없고,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며, 타인의 마음은 종잡을 수 없다. 그럴 수 있을 거라 무리하게 기대하지 말자. 그래서 얻게 되는 실망은 오롯이 내 탓이다. 그저 덤덤하게 세상을 직면하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탐험가의 마음으로 대처해보자. 인생은 운동장 트랙을 도는 게 아니라, 낯선 정글을 헤쳐나가는 여정이니까. 


다시 튀어 오른다 

우리가 해야 할 실망은 세상을 향해서가 아니라 가끔 나를 향할 때 유용하다. 주저하고 망설였던 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생각만 했던 나, 100년도 못 살 거면서 영겁의 기회가 있을 거라 믿으며 미루었던 나, 실망이 두려워 차마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못난 놈 '나'에 대해서 말이다. 실망은 오로지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회복탄성력의 용수철을 장착한 오뚜기 같은 마음으로 뭐든 다시 시작할 때 사그라진다. 다시 신발 끈을 묶자. 실망, 그게 뭐라고. 


- 정재승(뇌과학자, 《열두 발자국》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