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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가 아닌 다정의 시간이 돌아오길 바라며

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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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가 아닌 다정의 시간이 돌아오길 바라며

25-01-17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 편집 후기


김민섭 작가의 신간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를 편집하는 내내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이 책에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2024년까지, 김민섭 작가의 삶과 성찰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 시기는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한창 직장생활을 하기까지의 시기와 일치합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사회의 쓴맛을 알고, 그 쓴맛이 달게 느껴지기까지의 시간인 것이죠. 실제로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김민섭 작가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와 《대리사회》를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있는 그대로의 차가운 현실을 그려내지만, 그 안에서 유머와 낙관을 잃지 않았던 작가의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와 고민상담을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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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김민섭 작가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이 있던 시기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 시간 동안 있었던 사회적 사건들이겠죠. 세월호 참사, 세대 갈등, 젠트리피케이션, 비정규직 확대, 계급이 된 아파트, 암호화폐 열풍 등 이미 우리가 온몸으로 겪은 사건들이 이 책에서도 다뤄집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간을 거치면서 많이 냉소적으로 변했어요. 세상에 절대적으로 믿어야 할 가치는 아무것도 없고, 이기고 지고, 벌거나 잃는 등의 결과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김민섭 작가는 이 시간을 거치면서 ‘다정함’에 대한 믿음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가치가 끝없이 추락하는 세상에서 우리를 인간이게끔 하는 건 결국 ‘다정한 선택’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모르는 이의 굶주림에 손을 내미는 건 인공지능이 하지 않는 비합리적 선택이지만, 바로 그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한다고 김민섭 작가는 말합니다. 다음 세대에서는 다정함이 지능의 영역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면서요.


이제 합리적인 답을 빨리해주는 건 기계들이 더 잘할 것이다. AI와 그걸 기반으로 한 무언가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 다음 세대들에겐 그러한 일이 더 심화될 게 분명하다. 그러면 사람은 어떻게 사람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사람은 사람만의 선택을 할 수 있기에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건 정확히 ‘다정한 선택’이다.

2024년 12월, 우리는 어느 때보다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을 많이 접했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아직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아파하고 고민하는 다정함이 남아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남태령에 모여 농민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고, 또 한 번의 참사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습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갈망하는 길이자 가야 할 길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따뜻한 감정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어쩐지 슬픈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2025년,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가 긴 겨울의 끝을 알리는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 서점에서 보기 


교보문고 https://bit.ly/3C4mRq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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