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25-02-06
《어떻게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편집 후기
”편집자님, 우주선 교수님이 태백으로 답사 가신다는데 같이 가실래요?“
재작년 시월의 어느 날 《어떻게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의 저자인 이윤종 작가님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어요. 마침 한글날이어서 쉴 궁리만 하고 있던 저는 내심 망설였지만, 내 인생에 언제 지질학자의 현장 답사에 동행할 일이 있을까 싶어서 냉큼 작가님을 따라나섰습니다.
서울에 사는 작가님과 인천에 사는 제가 새벽 6시에 성남 시청 앞에서 만나, 강원도 태백으로 출발했습니다. 휴게소에서는 이 책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막히는 고속도로에서는 방송 작가로서 오랜 경력을 쌓은 직업인 선배이기도 한 작가님께 일하면서 겪는 고충에 대한 상담도 하고, 그러다 보니 강원도가 금방이더라고요.
태백에 도착해서는 교수님을 따라 나뭇가지를 헤치고, 바위를 오르면서 지층이 잘 보이는 스팟들을 찾아 이동했습니다. 작가님은 열심히 교수님의 설명을 경청하며 궁금한 것들을 물으시고, 저는 그 모습을 핸드폰에 담으면서 ’와 이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순간 여기 있어서 참 좋다‘ 싶더라고요. 지질학자는 저 말 없는 돌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돌이 보여주는 지구의 역사는 무슨 의미일까, 두 분의 대화 속에는 지질학에 대한 전문용어와 세상에 대한 근원적 질문 그리고 자기 일을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지한 태도와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다시 출근해서 책상 앞에 앉을 땐 저도 왠지 조금 더 뜨거운 마음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게 되었어요.
《어떻게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에는 제각각의 영역에서 분투하는 여덟 명의 과학자와 나눈 밀도 높은 대화를 담았습니다. 지식을 전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입니다. 과학자들에게는 각자의 가슴에 품고 있는 자신만의 질문이 있고,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과학을 통해 어떻게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는 동시에 우리의 사고방식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이런 과학을, 이런 과학자를, 이런 책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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