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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숲에서 가장 오래 시간을 견딘 신화가 울창한 나무가 되어 서 있다는 느낌

2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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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숲에서 가장 오래 시간을 견딘 신화가 울창한 나무가 되어 서 있다는 느낌

2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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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합니다. 대학 시절,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정리한 <변신 이야기>는 교양이라고 생각하며 읽었지만 동양의 신화에는 관심을 가져본 적 없습니다. 졸업 후, 바그너의 오페라를 알려면 북유럽 신화를 알아야 한다기에 북유럽 신화 책은 사두었지만, 동아시아 신화를 다룬 책에는 무지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아시아 신들보다 서유럽 신들이 제게는 훨씬 익숙했습니다. 이러다 사후에 옥황상제가 아니라 제우스를 만나게 될 지경으로요.

그래서인지 <처음 읽는 이야기 중국 신화>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 그 충격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일단 누군가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혼돈이 죽자'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발상에 놀랐고, 인간을 창조한 신이 여신인 여와라는 것에 놀랐으며, 벌레가 된 사람들의 나라, 혹은 가슴에 구멍을 가진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나라가 있다는 그 자유롭고 거침없는 상상력에 놀랐어요. 지금은 책의 표지를 가득 채운 응룡, 제강, 승황, 상류가 그저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중국 신화의 매력에 빠진 거죠.

무엇보다 편집하며 몇 번에 걸쳐 원고를 다시 읽는데도, 읽을 때마다 원고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당연한 것이더라고요. 신화라는 게 수백 수천 년을 거치며 다시 말해진 이야기들이니까요. 숲 속에 가장 오래된 나무가 우뚝 서 있듯. 이야기의 숲에서 가장 오래 시간을 견딘 신화가 울창한 나무가 되어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가오는 주말, 신화가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서 한숨 쉬었다 가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 깊이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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