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각자의 낙원을 마음속에 품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

25-03-04

페이지 정보

각자의 낙원을 마음속에 품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

25-03-04

《정원의 기쁨과 슬픔》은 낙원에서 정원이라는 개념이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원에서 낙원이라는 개념이 비롯된 것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시작합니다. 페르시아에서 정원을 뜻하던 단어가 훗날 ‘낙원(paradise)’이라는 의미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정원은 낙원의 상징이었고, 낙원을 꿈꾸던 이들은 정원에서 자신의 이상을 구현하려 했습니다. 


이 책은 각자의 정원을, 각자의 낙원을 마음속에 품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실낙원》의 작가 존 밀턴은 군주 없는 세상을 꿈꿨지만, 왕정복고가 이루어지면서 그의 꿈은 좌절됩니다. 수 세기 전 이야기지만 공감할 사람이 많을 겁니다. 제 부모님 세대의 사람들은 “우리가 원했던 세상은 이런 게 아니었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지만 과연 그때로부터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는 한탄입니다. 물론 그런 한탄은 한 세대만의 것이 아닙니다. 저도, 제 친구들도, 어렸을 때 이런 세상을 꿈꾸진 않았습니다. 이런 삶, 이런 자신을 꿈꾸지도 않았고요. 누구에게든 각자의 좌절된 낙원이 있을 겁니다.


저자 올리비아 랭의 말대로 “우리 대부분은 세상이 너무나 새롭고 놀랄 일이 가득한 어린이의 인식이라는 낙원을” 잃어버리기 마련입니다. 《정원의 기쁨과 슬픔》을 편집하며 사람들이 잃어버린 수많은 낙원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며 어쩔 수 없이 잃어버린 낙원들도 있겠지만, 파국이 임박한 지금 시대에서는 잃지 않아도 되는 세상들을 잃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세상들은 저 너머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당연하게 여겼던 보통의 일상들입니다.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음을 깨닫는 슬픔, 사랑하는 대상이 완전히 파괴되고 영영 사라지는 슬픔.” 랭은 사라진 낙원들을 애도하는 동시에 여전히 낙원을 꿈꿀 수밖에 없는 우리의 열망에 대해서도 직시합니다. 그 멈출 수 없는 열망이 예정된 파국을 늦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랭의 절박한 낙관에 어쩔 수 없이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7a26bf9bc82761ec903631286a710d26_1741052884_9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