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서도 문해력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거 아시나요?
25-06-05
Y는 유달리 활달했습니다. 잘 웃고, 이야기가 많아서 쉬는 시간마다 시끌시끌했지요. 친하진 않아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지만, 말주변이 없던 저는 내심 Y가 부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 Y가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하는 시간이 있었으니, 바로 국어시간이었습니다. 지목된 학생은 일어나서 교과서 지문을 읽어야 했죠. “오늘은 5일이니까 5번, 그 뒷사람 일어나.” 국어 선생님의 지시에 쭈뼛거리며 일어난 Y는 천천히 국어책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러다 Y의 입에서 ‘꾹찍꾹찍’이라는 발음이 튀어나왔습니다. ‘굵직굵직’을 잘못 읽었던 거예요. 터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어찌어찌 지문을 끝까지 읽은 Y는 벌게진 얼굴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문해력 격차》를 편집하며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라면 Y는 ‘소릿값’을 제대로 모르는 아이였던 것이지요. 잘 읽지 못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우리는 비웃었고 선생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벌써 30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요즘은 달라졌을까요? 한때 ‘교실에서 한 명씩 교과서를 읽게 하면 잘 못 읽는 우리 아이가 주눅 드니 하지 말아달라’는 학부모 민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그 부모는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레 잘 읽게 될 거라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문해력은 때가 되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문해력이 부족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요. 아이가 잘 읽는지, 제대로 읽는지 세심히 살피고 잘 읽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부모와 사회의 역할이라고 《문해력 격차》의 저자들은 말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문해력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거 아시나요? 내가 잘 읽고 있는지, 제대로 읽고 있는지 스스로 살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숏폼에, SNS에, 멀티태스킹에 집중력을 도둑맞을 때 문해력도 함께 도둑맞았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요. 퍼뜩 불안감이 엄습했다면, 잃어버린 문해력을 되찾고 싶다면, 《문해력 격차》를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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