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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다듬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한 사람의 가능성이 조용히 자라난다

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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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다듬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한 사람의 가능성이 조용히 자라난다

25-12-01

책 제목을 짓는 일은, 책 만드는 과정 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순간에 속합니다. 그런데 이 책만큼은 예외였습니다. 한국어 판권을 계약한 뒤 처음 붙여둔 가제가 바로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이 책은 가제가 곧 그대로 최종 제목이 된 셈입니다. 가제부터 지금의 제목을 붙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책 머리말에서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매혹적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이던 어느 날, 저자는 아버지의 출장으로 며칠 동안 다른 친구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그 집은 저녁 식탁이 곧 토론장이자 수학 교실이었습니다. 매일 식탁 앞에서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아버지가 즉석에서 내는 수학 문제를 풀어야 했죠. 친구의 아버지는 저자에게도 문제 하나를 던졌고, 그녀는 당황한 끝에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맙니다.


편안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뒤, 저자는 '가족'이라는 환경이 한 사람에게 어떤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나는 수학이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매일 저녁 식탁에서 수학문제를 풀었다면?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내 입장을 변호하는 데 익숙했다면?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종류의 요구는 하나의 축복이자 선물일까, 아니면 끊임없이 은은한 압박을 느끼게 하는 짐이자 부담일까?"


퓰리처상을 수상한 성공한 저널리스트가 된 저자는 결국 가족들 안에서 작동하는 가족의 역학, 다양한 알력과 영향력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구하기로 합니다. 부모의 기대 또는 간섭이 자녀의 성취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이가 지닌 탁월함을 어떤 방식으로 자극해야 하는지, 가장 가까운 경쟁자이자 동료인 형제자매 관계는 어떻게 서로를 평가하고 격려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지, 그리고 성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각 가정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말입니다.


처음으로 전체 원고를 다 읽은 날, 마음이 퍽 복잡해졌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어떤 책이 잘 팔릴까'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좀 더 노골적인 성공의 비밀(?)들이 담겨 있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랐거든요. 그러나 원고는 끝내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성공에는 단 하나의 공식이 존재하지 않고, 무엇을 얻으면 반드시 무엇인가를 잃기도 하는 것이 삶이라고요. 그렇지만 더 나은 삶을 향해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것,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영감을 자극하고, 지칠 때 기댈 수 있고, 서로의 날카로운 부분을 더 벼리거나 부드럽게 깎아나가면서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것. 이 책은 그렇게 서로를 다듬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한 사람의 가능성이 조용히 자라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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