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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

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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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

24-08-19

입추가 지났는데도 연일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무더운 날에 저는 인천으로 2박 3일간 짧은 휴가를 다녀왔어요. 인천의 모든 것이 좋았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동인천의 배다리 헌책방거리였습니다. 천장까지 쌓인 책 중 한 권을 골라 책방을 나오는 길에 발견한 문구가 인상적이었죠.

‘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

찾아보니 1978년 출간된 페넬로페 피츠제럴드의 소설 《북샵The bookshop》에 나오는 문장이라고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말이죠.

헌책방에서 고른 책은 오래된 고전이었습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A4 한 장을쓰는 힘》에 나오는 독서 플랜을 실천해보기 위해서였어요. 고전 한 권, 사회과학 책이나 소설 한 권, 그리고 신간 한 권. 이렇게 정해놓고 한 달 읽기 계획을 짜봤습니다. 과연 지킬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저자 안광복 선생님의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말씀을 떠올리면서 힘을 냈습니다. “생각을 틔우고 좋은 글을 쓰는 데는 결코 왕도가 없다.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던 말씀이요.

생각해보면 편집자 일을 하면서 다양한 책을 읽었지만, 기록으로 남긴 책은 손에 꼽습니다. 기록에 담기지 못한 책들은 읽으며 느꼈던 감동과 의미가 금세 흩어져 버렸죠. 《A4 한 장을 쓰는 힘》을 편집하며 빈 종이, 빈 모니터가 두려워서 모른 척했던 독서 기록을 다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을 따라 스무 계단쯤 걸으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글쓰기 근력이 길러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은 인천 바람을 맞으며 부드러워진 책장을 넘겨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