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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디지털 교육의 미래를 묻다" 에누마 이수인 대표 초대석 <라디오북클럽 김소영입니다>

"세상이 더 좋아지려면 교육은 무엇을 해야할까?" 교사, 부모, 교육계 종사자라면 아마 늘 생각하는 질문이 아닐까요. AI가 아이들의 세상에 이미 들어왔고, 기술에게 기대하는 것도 있지만 부작용에 겁을 먹게 되고요. 이럴 때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지?'라는 질문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을 거 같아요.새로운 시대, 같은 고민이 있는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토도수학'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님과 김소영 아나운서의 대화를 들어보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라디오북클럽 제작진이 함께 읽고 너무 좋다고 찬사를 보낸 책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도 함께요. Q. 에듀테크 ’토도수학‘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무려 16년 전에 첫 아이를 출산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이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요. 저는 게임 개발자였어요.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 같이 게임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남편이 미국에서 박사를 하게 되어서 잠깐 미국에 가게 된 거였어요. '아이가 태어나면 몇년 있다 바로 한국에 돌아와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갔는데 거기서 아이가 장애가 있는 것을 알았어요.제가 매일매일 인큐베이터 옆에 앉아 있으니까 의사들이 말을 걸어주곤 했는데, 한 의사가 "너 무슨 일 했었어?"이러시는 거예요. 그 당시에 제가 할 수 있었던 많은 직업들 중에 장애가 있는 내 아이를 키우는 데에 쓸 수 있는 재능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막막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너무 부끄러워하면서 "난 옛날에.. 게임을 만들었어." 이렇게 말했더니 의사가 이렇게 말하고 가는거예요."와 멋지다! 여기 있는 아이들에게 그런 기술이 너무 필요한데!"그 순간 제 인생이 정해진 순간이라고 생각을 해요. 게임 개발자로 일을 했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안 해봤어요. 그 말을 계기로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몰라, 나도 해봐야겠어'라고 생각했답니다.건호가 박사과정을 끝낸 후 함께 창업한 에듀테크 회사 에누마 는 ‘하나하나 빠뜨리지 않고 센다’는 뜻의 영어 단어 ‘이누머레이트’에서 따온 이름이다. 에누마는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도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 제품을 만든다’라는 미션을 따르는 기업이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빨리 배우는 아이가 하나도 틀리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느리게 배우는 아이가 실패하거나 실망 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또한 우리 제품은 이른 나이에 학습을 해야만 하는 아이들, 교사가 가르치기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 이주 배경을 가졌거나 학교의 교과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우리가 만든 제품들은 부모와 교사,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시장의 다른 교육 제품에도 영향을 끼쳤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간에는 전 세계의 기초교육을 개선 하기 위해 개최한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대회’에서 가장 좋은 학습성과를 증명하면서 우승했다.《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 p.7Q. 2011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동제품 상중 하나인 아동 페어런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디지털앱 부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세요, 큰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나요? 일단 전에 제가 제가 아동용 소프트웨어,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볼 때 정말 화가나고 마음이 아팠던 건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제품을 만들지 않은 거예요. 사람들은 게임이라고 만들어 놓으면 다 재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잘 만들어지지 않은 게임은 굉장히 재미가 없거든요. 근데 교육 쪽에 있는 사람들 중에 게임을 재밌게, 터치를 하면 이 느낌이 좋게, 이 그림이 예쁘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교육 제품을 거의 만들지 않았었어요. 당시 우리 제품은 게임을 잘 만들던 사람들이 만들었고, 아끼지 않고 자원을 부었고, 무엇보다 저희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바람에 기존에 제품들이 교육에서 잘못 생각하던 하나를 뒤집었어요. '모르면 실패, 실패하면 다시'라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고 이때 우리가 배운게 그 뒤에 교육 제품들이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 대표님은 어떤 것들을 해나가고 싶으세요?2024 교육을 하는 사람들에겐 풀어야하는 문제가 있어요. AI 기술이 아이들의 세상에 들어오고 있고 기술에게 기대하는 것도 있지만 기술의 부작용에 겁을 먹게 되고 (부작용이) 증거로 드러나고 있어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미래엔 오히려 인간이 교육을 받아야하는 이유, 교육을 통해 어떤 아이로 기르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거 같아요. 똑똑한 사람들의 세상에서 'AI와의 경쟁해서 이기게 할까?' 이런 고민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에선 '모든 아이들을 위해 이 기술이 어떻게 쓰여야할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요.이 새로운 시대에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려면 수학을 잘 가르치고 영어를 잘 가르치는 것 이상이 필요할 것 같고 그 방법이 어디에 있을지를 찾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과 열심히 노력을 해야할 거 같아요. (...) 제가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이 일을 시작했을 땐 내가 무엇을 하게 될지 전혀 몰랐거든요. 알았으면 못했을 일도 있고요. 정말 몰랐으니까 엄청 용기있게 일들을 해냈는데요. 지금도 그런 기분을 계속 느껴요.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기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모른다는 것에서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모르는 것 자체의 축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하다보면 또 많은 기쁨이 앞으로 계속 있지 않을까, 항상 기대하고 있습니다.미래를 몰라서 너무 다행이지 않느냐고, 오래전에 나이 든 의사가 예언하듯이 이야기했다. "아무도 이 아이의 미래를 모른다고! 정말 멋지지 않니?" 그 당시 나는 속으로 남의 일이니까 가볍게 말한다고 투덜댔지만, 되돌아보니 그만큼 현명한 말이 없었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눈 딱 감고 뛰어내리듯 새로운 삶에 뛰어들었다.험한 산을 오르고 계곡을 넘고 매일 생각지도 못했던 기쁨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 앞으로도 그저 우리가 잘하는 일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르칠 수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 모든 것들이 그 아이들과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 p.283 

“타인의 세계와 나란히 존재할 수 있다면”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송섬별 번역가의 후기

‘또렷한 기준을 세우고 그에 부합하는 책들을 신중히 선정해 번역하는 번역가.’ ‘자기만의 고유한 시선과 스타일을 지닌 귀한 번역가.’ 송섬별 번역가를 2023년 출판인들이 뽑은 올해의 번역가(〈시사IN〉)로 선정하며 출판인들이 보낸 찬사입니다.  송섬별 번역가. 《페이지보이》, 《눈과 보이지 않는》, 《자미》 번역.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성, 성소수자, 노인,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을 번역해왔던 송섬별 번역가는 책과 관련된 내용을 철저하게 공부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번 책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를 번역할 때도 시각장애인 저자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점자를 공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시각장애인이 아니며 따라서 비당사자인 내가 시각장애를 다룬 책을 읽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사용하거나 내게 있는 시력을 덜 활용하면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눈멂을 탐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하지만 오디오북을 듣고, 눈을 감은 채 인도를 걷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입체적으로 재현된 미술품을 만지는 등의 활동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죠. 언제든 다시 비시각장애인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기에 시각장애인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기도 힘들었고 ‘보이지 않음’에 대한 무용담을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기초 점자를 배우고, 저시력자를 위한 시설물과 영상을 체험하고, 눈으로 글자를 읽는 대신 스마트폰의 보이스오버기능과 음성 인식을 통해 웹사이트를 탐색하는 경험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주지는 않았다. (…) 무엇보다도,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들 때문에 더 마음이 불편해졌다. 나는 내가 언제든지 눈을 뜰 수 있다는 걸 아는 채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찾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그건 비장애인의 세계로 돌아갔을 때 유용하게 쓰일 무용담이나 전리품을 얻으려는 오만함과 구분하기 힘들었다.”그럼에도 송섬별 번역가는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넗히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언론사 〈비마이너〉, 〈에이블뉴스〉, 팟캐스트 〈A(ble)의 모든 것〉, 장애에 관한 책 《거기 눈을 심어라》,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등이 제공하는 정보들을 참고하고, ‘여기는 당연히, 극장’ 등 배리어프리 공연을 하는 창작자들 덕분에 장애를 가진 몸에 대해 조금이라도 상상할 수 있었다고 말하죠.“장벽을 인식하고 만든 공연을 경험하면서, 눈멂을 비롯한 다양한 상태의 몸들이 편안하게 공존할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타인의 세계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존재할 수 있는 것임을 떠올릴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나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나란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송섬별 번역가는 긴 여정 끝에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의 저자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열어젖힌 여정에 많은 분들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눈먼 자들은 우리의 세계에, 우리도 그들의 세계에 속한다. 그 세계는 하나이므로."_ 앤드루 릴런드,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서점에서 보기교보문고: https://bit.ly/4dXigUr예스24: https://bit.ly/3B0yRYW알라딘: https://bit.ly/3MFzgCJ

편집자와 원고의 적정 거리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닐 때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연기를 못해서 선배들에게 매번 혼나기도 했고, 지금은 연극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편집자라는 직업이 배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새로운 원고를 받을 때부터 모든 홍보가 끝날 때까지 저자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이죠. 지난 몇 년간 저는 철학자 질 들뢰즈이기도 했고, 가사 노동으로부터 벗어나 글을 쓰려는 작가이기도 했으며, 수천 년의 문화사를 정리하는 문학연구가이기도 했습니다.물론 그렇다고 스스로를 저자라고 착각해서는 안 되지요. 편집자는 저자의 창작물을 멋지게 포장해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편집자는 저자가 아니며 저자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타인’입니다. 원고의 정수를 전달하기 위해 저자에게 이입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창작물의 주인은 아닙니다. “나는 원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동시에 서포터로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가?” 늘 이런 질문을 머릿속에 품고 있었고, 선을 지키려는 긴장이 몸과 마음을 지배했죠.신간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를 편집하면서, 그러한 긴장 때문에 저자와 동행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시각장애의 세계로 조금씩 들어가는 저자의 경험이 너무나 생생하여, 혹시나 책을 만들 때 편집자의 편견과 무지가 개입하진 않을지 전전긍긍했습니다.그러나 송섬별 번역가님이 작성한 ‘옮긴이의 말’을 읽으니 저의 조심스러움이 부끄럽게 느껴지더라고요. 번역가님은 책을 번역하기 위해 점자를 배우고, 눈을 감고 인도를 걷는 등의 활동을 했지만 그것이 “비장애인의 세계로 돌아갔을 때 유용하게 쓰일 무용담”처럼 느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에는 “처음부터 타인의 세계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존재할 수 있는 것”임을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죠. 저는 편집자가 배우와 같다고 떠들어댔지만, 정작 번역가님이 한 일의 1퍼센트도 행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부끄러움 덕분에 뒤늦게나마 저자와 함께하며 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놀라운 점은 이 책에 참여한 이들 모두가 저자의 자리에 서보려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표지 디자이너님도, 표지 그림을 그린 작가님도, 교정자님도, 모두가 저자의 입장이 되어보려 노력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표지에 들어간 점자가 과연 잘 읽힐지, 저자의 이야기를 그림에 잘 담아낼 수 있을지, 이 에피소드가 저자에게 어떤 상황이었을지 고민하고 상상하면서요. 자신이 아는 세계를 넓히기 위한 저자의 여정에 모두가 동참한 느낌이었어요. 이 귀한 경험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열어젖힌 여정에 많은 분들이 함께한다면 더 바랄 게 없고요.

‘아이의 미래에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중학생인 제 아이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합니다. 처음엔 연습장에 끄적이더니, 어느 날인가 아이패드에서 아무도 쓰지 않은 채 방치된 그림 그리기 앱을 열어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가기 전에, 학교 갔다 와서, 학원 갔다 와서, 밥 먹으면서 하는 일이 ‘유튜브 틀어놓고 그림 그리기’입니다. 청소년기에 취미가 있다는 건 다행이지만, 디지털기기를 하루에 몇 시간씩 붙들고 있으니 걱정이 안 될 수 없죠.그림 그리는 게 좋으면 진로로 삼고 본격적으로 학원에 다녀보라고 해도 단호히 고개를 젓습니다. 그냥 취미라나요. ‘하긴... AI가 말만 하면 다 그려주는데 비전 있는 직업이 되겠어?’라는 마음도 없지 않아, 속으로 불안을 삼킵니다. 1학기 수학시험 폭망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말이죠(공부는 대체 언제 할 거니...).<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 초고를 받았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자인 이수인 대표도 똑같은 경험을 고백했기 때문이죠.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걸 보며 ‘네가 아무리 잘 그려도 AI보다는 못 그릴 텐데?’라는 생각을 잠시 했던 저자는, 이내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러고는 새로운 시대에는 그림 그리기의 목표가 ‘남들보다 낫게 그려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그림 그리는 작업을 통해 생각을 표현하고, 더 잘 표현할 방법을 궁리하고, 타인과 어떻게 협력하고 소통할 것인지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이야기하지요.원고를 읽은 후, 걱정을 조금 걷어내고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전에는 놓치고 있던 긍정적인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평면적이고 단순하던 아이의 그림은 도구에 익숙해질수록 눈에 띄게 발전해 갔습니다. 앱의 기능을 스스로 깨우쳐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었죠. 역사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만화로 요약 정리하면서 공부하더군요. 친구의 생일에는 공들여 그린 그림을 선물하고, 친구에게 ‘사랑해’라는 답장을 받으며 관계를 쌓아갑니다.뛰어난 기능을 겨루는 게 배움의 본질은 아닐 것입니다. 스스로 성장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일 테고, 그것을 잘 돕는 게 어른의 역할이겠지요. 잠시나마 역할을 망각한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갈등할 것입니다. 입시가 인생을 좌우한다고 여기는 현실은 금방 바뀌진 않을 테니까요. 그때마다 이 책을 꺼내어 읽으려고 합니다. ‘아이의 미래에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과 함께요.#어크로스단상 #편집자눈빨간참새#우리는모두다르게배운다 

《A4 한 장을 쓰는 힘》 저자 안광복 선생님 인터뷰

이제 날이 좀 선선해지려나 기대가 깊어지는 9월의 오후, 안광복 선생님과 서면 인터뷰를 나누었습니다. 조금 긴 편지 같기도 한 안광복 선생님의 대답들을 읽으며, 글쓰기와 독서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어렵게만 느껴지는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PC(정치적 올바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독서하실 때 어떤 도구들을 사용하시는지까지! 안광복 선생님의 《A4 한 장을 쓰는 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여러분께 나눕니다. 저자 안광복 선생님 Q1. 이 책을 합하면 26권이나 책을 쓰셨어요. 그중에서는 첫 번째 작문서입니다. 작문서를 써야겠다고 결심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글쎄요…. 글쓰기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기보다는,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권유를 받았다고 하는 편이 나을 듯싶어요. 직장인으로 살면서 20년간, 20여 권의 책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매일 읽고 쓰는 저의 생활 노하우를 알려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생활인으로서 글을 쓰는 저의 일상은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충분히 꾸릴 수 있는 생활 패턴이니까요. Q2. 고전 읽기를 설명해주시면서 "인간 정신의 구조를 뿌리부터 밝히려는 칸트의 작업은 최첨단 반도체를 설계하는 일만큼이나 복잡하고 정교하다."라고 말씀해주신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고전이 어려운 이유가 확 이해됐달까요. 고전을 읽을 땐 천천히 여러 번 읽는 게 최고라고 말씀은 해주셨지만, 그 외에 고전을 고르거나 읽을 때 참고할 팁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읽기의 기본은 ‘읽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스포츠 클라이밍 등, 버거워보이는 일도 자신이 하고 싶으면 하게되잖아요? 고전 독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고전에 독서 입맛이 당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읽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같이 읽어갈 사람들을 모으는 방법이 있어요. 시험이 있으면 공부하게 되듯, 읽어야 할 의무가 주어진다면 고전을 ‘독파’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단지 이 수준에서는 평생 꾸준히 고전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아요. 어찌 되었든 ‘강제’일 뿐이니까요. 시험 끝나면 공부에 흥미를 잃는 학생과 별다르지 않은 처지이지요. 고전에 진심으로 끌리고 꾸준히 읽게 되려면, 먼저 고전 한 권을 오롯하게 완독하는 ‘체험’이 중요합니다. 충실하게 묵직한 책 한 권을 끝냈을 때의 지적 충만감과 영혼이 성장한 기분은 고전 한권을 충실하게 끝까지 읽어본 사람만 알아요. 이 체험이 있다면, 비로소 고전과 사랑에 빠지게 된답니다. 그러니 고전 한권을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면 꾸준하게 뚝심있게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Q3. 글쓰기에서 PC가 점차 중요해진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PC함에 대한 추구가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준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존 롤스의 철학의 ‘최소 수혜자의 원칙’이 있어요. 이는 어떤 정책을 만들고 행동으로 옮길다고 해보세요. 이때, 새로운 정책으로 가장 손해를 많이 본 사람조차 “마땅히 할 수 밖에 없겠구나.”라고 동의할 정도가 되어야 일이 제대로 굴러갑니다. PC는 그런 역할을 해요. 작가라면 나의 글과 표현으로 누가, 가장 많이 아파할지를 항상 머리에 넣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PC가 표현의 자유를 옥죈다는 말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다 섬세하게 한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싶어요. Q4. 선생님이 글을 쓰실 때 꼭 사용하는 도구들, 글쓰기에 필요한 도구들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글쓰기는 매우 외롭고 고된 작업이랍니다. 몇 시간, 아니 온종일 혼자서 궁싯거려야 하는 일이지요. 이때 필기구는 작가에게 벗이 되어주곤 해요. 저는 문구용 자 두 자루를 독서할 때 밑줄 긋는 용도로 10년 넘게 쓰고 있어요. 필기구도 정해진 것만 씁니다. 잉크가 다 떨어지거나 고장이 나면 정중하게 예를 갖추어 다 쓴 필기구를 모아놓은 필통에 함께 넣어줍니다. 외로운 시간을 같이 한 필기구라는 ‘벗’을 대하는 저의 방식이랍니다.  안광복 선생님의 소지품 Q5. 이 책을 누가 읽었으면 하시나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꼭 얻었으면 하는 것도 함께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책을 많이 보시는 분들에게 이번 신간은 ‘원 포인트 렛슨(One Point Lesson)’같을 거예요. 오랜 독서가 왜 자신의 글로 영글지 못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드릴 겁니다. 나아가 《A4 한 장을 쓰는 힘》은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비로소 일기 시작한 분들께도 좋은 책이 될 겁니다. ‘텍스트 힘(Text Hip)’을 넘어 ‘힙(hip)한 영혼’을 갖추려면 어떻게 읽고 쓰는 습관을 갖추어야 하는 지를 들려드리니까요. 저는 인문교양 분야에서 ‘엔트리(entry) 필자’로 분류되곤 합니다.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내어 인문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겠지요. 아무쪼록 《A4 한 장을 쓰는 힘》을 통해 모든 분이 읽고 쓰는 즐거움의 세계를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서점 바로가기교보문고: https://bit.ly/4dEIV7T예스24: https://bit.ly/3WCDT56알라딘: https://bit.ly/3SNjE3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