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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들깨의 내가 만든 책

‘프루스트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특정한 향을 맡으면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에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유명한 장면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어느 날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향기를 맡다가 잃어버렸던 기억의 조각들을 떠올립니다. 그 기억을 더듬으며 과거의 기억과 시간을 되살리게 되죠. 신기하게도, 프루스트가 소설을 발표한 이후 신경과학자들은 미각과 후각이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직접 연관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프루스트는 뛰어난 신경과학적 통찰력을 가진 위대한 소설가였던 셈이죠.프루스트가 통찰력을 발휘한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독서예요. 독서가였던 프루스트는 〈독서에 관하여(On reading)〉에서 독서를 ‘지식의 성역’으로 표현합니다. 《프루스트와 오징어》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그 이유를 독서가 다른 데서는 결코 만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했을 수천 가지 실체와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곳, 각각의 새로운 실체와 진실을 통해 편안한 안락의자를 벗어나지 않고도 독서하는 사람 스스로 지적인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독서에 대한 사랑과 독서라는 행위에 대한 지적인 통찰이 묻어나는 말입니다. 프루스트의 이런 독서에 대한 관점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매리언 울프는 자신의 책 제목에 프루스트의 이름을 넣었습니다.그렇다면 오징어는 뭘까요? 뇌과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던 1950년대에 신경과학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오징어의 축삭돌기였습니다. 축삭돌기는 신경 신호를 다른 뉴런으로 보내는 통로 역할을 하는데, 오징어의 중앙 축삭돌기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큽니다. 사람의 축삭돌기와 비교하면 수백 배나 크죠. 오징어 축삭돌기를 실험하며 신경과학자들은 수많은 지식들을 발견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매리언 울프는 자신이 《프루스트와 오징어》를 집필하던 시기 인간의 독서에 관한 인지신경과학 연구가 1950년대 신경과학자들이 오징어를 연구를 하던 것과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인지신경과학적 측면을 상징하는 오징어를 책 제목에 넣었죠.《프루스트와 오징어》가 독서의 지적인 측면과 인지신경과학적 측면을 상징하는 말이라는 사실은 이 책이 독서를 설명하는 두 가지 관점을 보여줍니다. 독서라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에 대해 가장 문학적이고 가장 과학적인 방식으로 해설하는 이 책, 제목만큼 흥미롭습니다. 급속하게 디지털화된 문화 속에서 독서에 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껴지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불공평함에 대한 작은 이야기

결핍의 덫(scarcity trap)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돈이나 시간 등의 자원이 부족할 경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는 것인데 조금 더 설명드리자면 이런 겁니다. 작은 실수로 어처구니없이 해고당한 여성이 당장 생필품이 부족해지자 신용카드로 물건을 급하게 대량 구입하고는 연체료를 납부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합니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저지르지 않을 실수였지만 궁핍 상태에 처한 뇌는 그렇게 ‘조금만 더’ 생각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죠. 이건 지능의 문제도 게으름의 문제도 아닌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덫입니다. 이 덫에 걸린 사람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해서 현재 상황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죠. 현대 사회, 특히 성공을 개인 노력의 결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게으르다고 비난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노력한다고 추앙하는 태도가 놓치는 것이 바로 이런 문제입니다. “특성화고, 일반고, 과학고를 다 거친 선생님이 말하는 경쟁의 실체”라는 제목의 영상이 바이럴 된 적이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교사가 일반고 학생들의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가 짧은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데요. 넉넉한 집안의 아이들은 대단하지 않은 실력으로도 연주회나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그럴 때마다 잘한다는 격려를 받으며, 칭찬 또는 인정에 익숙해지는 반면, 그럴 기회 없이 자라는 아이들은 그런 자신감 없이 오로지 ‘실수하면 안 된다’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외로운 사람들도 일종의 궁핍을 겪습니다. 이들이 겪는 궁핍은 인간관계의 부족, 즉 친구가 없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자신이 상대방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는 것. 그렇다 보니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말과 행동이 어색해지는데, 사람들은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인관계에서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집착이 친구를 사귀고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것을 막는거죠. 하지만 이는 그 개인이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궁핍한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그들을 붙잡고 있는 환경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책 <친애하는 슐츠 씨>의 1부 첫 글로 이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목은 ’세상의 모든 멜라니들‘. 뉴욕 브롱스의 가깝고도 먼 두 학교 이야기를 중심으로 지역, 부모님, 경제력, 학력, 장애, 성별 등 여러 가지 배경 조건들이 결과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글입니다.이 책 속 첫 꼭지의 글, 꼭 한번 살펴보시고 글의 힘이 느껴진다면 책도 사보시길 권합니다. 이 책의 띠지 카피에 이런 말을 썼습니다. “얼마나 많은 차별이 무지에서 비롯되는가”라구요. 우리가 보지 못한, 깨닫지 못한 차별과 편견을 깨뜨려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편집자 레드홍의 내가 만든 책

뉴스를 보면 언제나 궁금했습니다. 왜 어떤 정치인들은 극단적인 언행을 일삼을까? 주위에서 다들 ‘비호감’이라고 부르는 정치인이 어떻게 권력을 차지할 수 있을까? 저들은 나쁘고 우리는 선해서, 나쁜 놈들 전성시대라서, 유권자들이 혐오로 가득 차 있어서, 다들 각자의 설명이 있겠지만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의 저자들은 20퍼센트의 지지만으로 100퍼센트의 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 법과 제도에 주목합니다. 다들 “룰을 지켜라~ 룰을 지켜라~” 노래를 부르지만 실은 누더기로 만든 룰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는 거죠.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민주주의가 ‘합법적으로’ 붕괴되고 있습니다. 왜곡된 선거로 인해 패배한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비리 수사는 경쟁 세력과 비판 세력에게만 적용되며, 국가 원수가 지목한 대법관들이 다수의 뜻과 반대되는 판결을 내립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대부분 미국의 사례이지만 읽다 보면 전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 주류 정치인들이 극단주의 세력을 은밀히 지원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국가 기관이 편향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은 우리가 오랜 시간 뉴스에서 목격해왔으니까요. “과연 우리의 제도는 문제가 없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책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매우 경건한 마음으로 읽어야 할 책처럼 느껴지는데요, 실제로 읽어 보면 〈왕좌의 게임〉(aka 《얼음과 불의 노래》) 스타일의 정치 혈투극입니다. 지금 우리의 제도가 얼마나 많은 음모, 협잡, 암투로 만들어졌는지 깨달을 수 있지요. 책을 더 재미있게 읽고 싶은 분들은 〈왕좌의 게임〉 오프닝 테마를 들으며 읽어보세요. 개인적으로 〈왕좌의 게임〉의 엄청난 팬인데 정치 도서를 읽으며 비슷한 재미를 느낄 줄 상상도 못 했네요. 권력을 향한 욕망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거의 무한에 가깝기에 잘 설계된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또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 책입니다. 같이 읽어요.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 세 가지

매일 아침 ‘회사 가기 싫다.’ 생각하는 직장인일지라도 마음 한구석에는 ‘일잘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죠. 자기가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도대체 뭘까요? 오늘은 ‘일잘러’의 특징 세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억지로 애쓰기보다 멈춰 생각한다.   “대개 배움의 열쇠는 애쓰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명료하게 생각하는 데 있다. 즉, 당신이 늘 하던 방식대로 행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 배움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일이 잘 안 풀릴수록 일을 붙잡고 늘어지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사실 그럴 땐 억지로 일을 물고 늘어지기보다 잠시라도 일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잠시 멈춰 일의 방향을 다시 바라보는 사람일수록 일을 제대로 해결해나갈 확률이 높아집니다.2.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덜 조심한다.   지금까지 나는 지나치게 조심하면서 살아왔고, 이젠 그럴 필요가 없을 때가 되었다(아니 이미 지났다)는, 이렇게 조심해서는 원하는 만큼 멀리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를 신중하게 해나가는 것은 좋은 태도입니다. 그렇지만 신중함이 지나쳐서 수동적인 업무 태도가 되는 경우도 있죠. 틀리지 않으려고 매사 조심하기보다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틀릴 용기를 내는 사람이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3. 자신만의 탁월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과잉의 노력을 쏟아 붓는 것은 고용주에게 필요 이상의 노동력을 갖다 바치는 일일 수도 있지만, 내 삶에서 개인적 충만함을 위한 기울기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가파른 기울기의 짜릿함을 맛본 사람은 다른 경험에 직면해서도 그런 기울기를 추구한다. 가파른 기울기는 즐거움의 총량을 늘린다. 즐거움은 탁월함의 다른 이름이다. 무엇이 즐거운지는 나만이 정할 수 있고, 탁월함 또한 그렇다. 회사가, 상사가 정해주는 탁월함이 아닌 자신만의 탁월함의 기준을 가진 사람이 더 만족스럽게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사실입니다. ‘일잘러’은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일을 해나가고 있을 확률이 높아요. 여러분 주위에 있는 일잘러에게 한 번 물어보세요. 그들만의 기준을 참고해 자신만의 탁월함을 만들어낸다면, 일의 세계에서 벌써 한 걸음을 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인용문들은 제현주 작가의 《일하는 마음》 출간 5주년 기념 리마인드 에디션에서 가져왔습니다. 일 잘하고 싶은 마음은 커다랗게 부풀어 가는데, 막상 일할 땐 쪼그라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나요? 그렇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일에 관한 작가의 철학이 담긴 이 책을 읽을수록 남들이 보기에 멋진 일보다 나를 성장시키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500만원이 결제되었다?

2019년 말에 테슬라는 모바일 앱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테슬라 차주가 앱으로 차량 업그레이드(‘완전 자율 주행’ 기능의 잠금을 해제하는 자동 조종 기능 등)를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 추가 기능의 가격은 무려 4000달러가 넘었습니다. 한화로 500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지요. 테슬라 자동차. © rpnickson, 출처 Unsplash 이 기능이 도입된 후, 많은 테슬라 차주가 실수로 새 기능을 구매했는데 테슬라에서 환불을 거부한다는 사례가 속속 올라왔습니다. 언론인 테드 스타인은 여기에 어떤 기법이 활용되었는지 분석했습니다. 결제 화면에 ‘업그레이드는 환불이 불가합니다’라는 문구가 매우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데, 검은색 바탕에 대비가 잘되지 않는 어두운 회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사용자가 알아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이것은 소비자가 눈치채기 어렵게 만들어놓은 것이 분명했습니다. 테슬라 인앱 화면 캡처. (번역)테슬라 고객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의 저자인 경제학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2020년 1월에 이 문제를 제기하며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테슬라 고객지원 부서의 환불 불가 메시지를 받았고, 이를 트위터에 게시했습니다. 메시지는 ‘소프트웨어 구매 시 환불은 불가능합니다. 이는 집의 인테리어를 추가했다가 소비자 변심으로 업체에 환불을 요구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탈레브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이 구매는 정말 의도치 않게 이루어졌습니다. 앱 버튼이 주머니에서 무심결에 눌렸습니다. 4333달러나 되는 구매 금액에 확인이나 비밀번호 입력 절차 등이 없는 앱은 본 적이 없습니다. (…) 아마존에서 6.99달러짜리 킨들 책을 사는 것도 이것보단 어렵고, 실수로 구매했을 때 구매 철회도 가능합니다. (…) 나는 귀사의 소프트웨어를 시도한 적도, 그 멍청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적도 없습니다.(…) 귀사의 앱에는 문제가 있습니다.이 불만이 제기되고 나서 얼마 후, 테슬라에서는 원래 입장을 철회하고 이런 유형의 인앱 구매에 대해 48시간의 취소 기간을 추가했습니다. 다음 그림은 취소 기간에 대한 설명이 추가된 인앱 캡처 화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검은색 바탕에 어두운 회색 글씨로 표시되어 있어 구분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환불 정책이 안내된 테슬라 인앱 화면 캡처.(번역) 이 내용은 영국의 UX 전문가인 해리 브리그널의 저서 《다크패턴의 비밀》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다크패턴이란 사용자의 자율성, 의사결정, 선택을 방해하거나 손상하도록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를 뜻합니다. ‘다크 넛지’, ‘속임수 설계’ 등으로도 불리지요. 해리 브리그널은 2010년 ‘다크패턴’이라는 용어를 처음 정의하고 널리 알린 장본인입니다. 가입은 쉽지만 해지는 어려운 구독 서비스, 안 좋은 후기는 쓸 수 없도록 설계된 제품 리뷰 칸, 한정, 마감을 강조하며 사용자를 압박하는 타이머 등이 모두 다크패턴입니다.앞으로 AI를 활용한 개별화, 맞춤형 설계가 더욱 용이해질수록 설계자조차 의도하지 않았던 다크패턴이 사용자를 더욱 교묘하게 공략할 것입니다. 우리가 다크패턴에 더 주목하고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