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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우리의 삶을 바꾼다 -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인간은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으나, 책을 읽게 된 후에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독서라는 행위는 어떻게 우리의 뇌와 마음을, 그리고 삶을 변화시키는 것일까요?  문해력 위기 시대,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장은수 대표님께서 어크로스 독자들과 함께 매리언 울프의 《프루스트와 오징어》에 담긴 '책 읽는 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읽는 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분들은 주목해주세요.'읽기'는 굉장히 독특한 현상입니다. 인류는 읽기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으나 인류 문명은 '읽기 능력'을 바탕으로 구조화 되었습니다. 읽기와 떨어져 살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책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여가 시간을 보냅니다. 언제 어디서은 정보를 다운받을 수 있고 검색할 수 있고 심지어 연구할수도 있지요.그렇다면 이런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할까요?첫째, 책은 우리의 생각을 훈련시키는 도구다.​책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 책은 별로 필요 없을지도 몰라요. 책은 우리의 생각을 훈련시키는 도구입니다. 몇 천 년 동안 인류는 책을 가지고 생각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그래서 책을 어떻게 읽어야하고, 어떻게 생각을 확장시킬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그 반대죠. 인터넷의 발달이 길어야 30년인데 그 기간동안 디지털로 사고를 훈련시키는 기술은 책과 비교하면 아주 떨어집니다.유튜브를 가지고 사고를 늘려가는 방법은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은 책을 읽어야한다고요.° ° °둘째, 책은 나를 숙련된 독자로 만든다.숙련된 독자는 책을 읽고 타자의 삶으로 연결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춘 독자입니다. 이야기는 타자와 나 사이를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타인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가?""세계는 어떻게 되어야만 하는가?"​책을 읽고 이런 사고까지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면 숙련된 독자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책을 읽는 일은 나를 형성하하는 일이고, 내면을 확장하고 경험을 성숙시키는 수단입니다. 반대로 이런 숙련된 독자가 부족하다면 우리 사회는 화합과 설득의 힘을 잃어버리게 될지 모릅니다.책을 읽는 일은 디지털 시대에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 ° 셋째, 책은 삶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빨리빨리 지나가는 디지털 시대의 정보는 바로 다음에 일어날 일의 단서만 제공합니다. 이렇게 되면 깊은 사고를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생각할 필요가 없거든요. 책은 필연적으로 느린 속도를 가질 수밖에 없고, 우리에게 휴식을 줍니다. 책이 진짜로 인간 삶을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우리는 책 속에서 쉴 수 있어요.​천천히 쉬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멀리까지 갔다 옵니다. 멀리서 살펴보는 힘, 관조가 우리 삶에 왜 중요할까요?​우주는 무질서합니다. 인간의 삶도 무질서합니다. 인간도 무질서합니다. 오늘 하루를 생각해보세요. 어떤 연속성이 있나요? 여기엔 질서가 없습니다. 책은 잠시 멈춰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게 하고 우리 삶에 특정한 목적이나 의미를 발견하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이야기로 만들어집니다.​정보를 빠르게 받아드리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잠시 멈춰, 삶을 관조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삶이 풍성해져요. 매리언 울프는 책은 우리에게 초월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 ° ​정리하면 책은 삶을 관조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우리를 숙련된 독자로 만들어줍니다. 우리가 디지털 시대에도 책을 읽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책 읽는 뇌'를 둘러싼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매리언 울프의 《프루스트와 오징어》를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프루스트와 오징어》 저자 매리언 울프 인터뷰

 문해력은 인류가 스스로 실행한 실험입니다. 최근 수십 년간 디지털 정보와 대화와 텍스트의 부조화 속에서 사고하고 읽는 능력이 변화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실행하고 있는 또 다른 실험입니다. 이 실험은 우리를 변화시켰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습니다. 이 실험은 시대의 지각 변화에 의한 것이기도 하고, 현재 진행 중이며, 빠릅니다. 이 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우리는 모릅니다. 하지만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세계적인 인지심리학자 매리언 울프는 독서가 어떻게 작동하고, 더 중요하겐 어떻게 뇌를 작동하고, 어떻게 뇌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 중 한 명이자 《프루스트와 오징어》, 《다시, 책으로》를 집필했습니다.매리언 울프는 인류가 일종의 디지털 이전의 유토피아로 돌아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고, 심지어 유토피아도 아닙니다. 우리의 삶은 디지털 텍스트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매리언 울프는 다른 생각을 합니다. 중요한 건 독서가 우리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에게 소위 ‘이중언어를 가진 뇌’라고 불리는 것을 발달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책으로》, 《프루스트와 오징어》 저자 매리언 울프 Q. 《다시, 책으로》에서 독서는 “자연스럽지 않는 과정”이라고 주장합니다. 무슨 뜻일까요? ​음, 제가 독서에 대한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깨달은 강력한 통찰 중 하나를 《프루스트와 오징어》에 담았는데요. 그것은 바로 '뇌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뇌에는 읽기를 위해 특별히 존재하는 유전자가 없고, 읽기만을 위한 특별한 영역도 없습니다. 언어, 시각, 인지, 상호작용 등 독서에 포함된 다른 과정들과 읽기는 매우 다릅니다.​언어에 대해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과정같지요. 그러나 읽기를 위한 유전자적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읽기는 절대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닙니다. 하지만 놀라운 우리의 뇌는 기존의 구조 안에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인 '독서'는 새로운 연결을 필요로 했습니다. 뇌는 읽기를 위한 것이 아닌 다른 기능으로 그곳에 있던 부분들을 연결하는 방법을 점차 배워갔고, 6000년 전 매우 간단한 기호를 읽을 수 있는 최초의 기본 네트워크가 된 새로운 회로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인간이 읽기를 의도하여 만든 것은 결코 아니며, 읽기의 진짜 의미가 담겨있습니다.​이 부자연스러운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뇌가 경험에 따라 형태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Q. 《프루스트와 오징어》에선 독서가 단수형이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독서는 한 가지 행위가 아니라 많은 일이 합쳐진다는 것을 강조하는데요. 그 다양성에 대해 설명해주세요.우리는 단적인 회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글자나 문자를 단어와 식별할 수 있는 시각적 과정과 단어에 대해 알고 있는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즉 읽기의 한 형태는 개별적인 시각과 언어를 결합하는 과정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해석이라고 부르는 매우 기본적인 형태의 읽기입니다.또한 우리가 더 많이 알수록, 우리는 읽기 회로에 더 많은 것을 추가합니다. 그래서 우리 뇌는 배경지식을 더 많이 가질수록, 읽기 회로가 훨씬 더 정교한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제가 독서에 대한 가장 흥미롭게 생각한 부분은 이것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읽기 회로가 정교화되기 시작할 때 인류가 읽기를 통해 성취한 가장 인위적인 발달은 '깊이 읽기' 능력을 획득한 것입니다. '깊이 읽기'는 우리가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읽기입니다.Q. 최근 우리는 문해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마치 우리의 문해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것보다 주목해야 하는 건 뇌의 가소성이라고 말하는데요. 뇌의 가소성과 독서와의 관계는 무엇인가요? ​스스로 형태를 바꾸거나 재편성함으로써 다양한 명령을 수용하는 시스템을 컴퓨터 과학자들은 ‘오픈 아키텍처open architecture’라고 부르는데요. 사람의 뇌는 유전적 자원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훌륭한 오픈 아키텍처의 예가 됩니다. 그러한 설계 덕분에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변화시키고 뛰어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유전적으로 혁신에 적합한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그러므로 독서하는 뇌는 매우 성공적인 양방향 역학two-way dynamics으로 구성됩니다. 독서는 뇌가 가소성 있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비로소 학습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독서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뇌에 이미 생리적, 인지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이에요.그런데 이 뇌의 가소성이 디지털 스크린 시대에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디지털 스크린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스크린을 통해 우리는 외부에 있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훑어볼 수 있고 매우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러나 디지털 매체의 이러한 경제성은 우리가 읽고 방대한 양의 정보에 집중하는 '속도'를 향상시킵니다. 사실상, 전체 회로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에서 벗어나죠. 읽는 일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종이 매체는 단어에 대한 시간의 할당, 개념의 부여를 우리가 대충 훑어볼 때 우리가 처리할 시간이 동일하지 않은 방식으로 활용합니다. 그래서 뇌의 가소성은 주의의 본질을 바꿉니다. 주의는 매우 정교하고 복잡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관심의 양은 모든 산만함에 영향을 받아 궁극적으로 통찰력에 필요한 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Q. 디지털 매체만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습관이 우리를 변화시키죠. 맞아요.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읽을 때 우리는 대충대충 읽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처리해야할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스크린에서 읽는 것에 의해 매우 크게 영향을 받아서 우리는 그 사고방식을, 종이 매체에도 적용시킵니다. ​어떻게 읽을 것인지 결정하는 마음의 습관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만약 제가 이메일을 읽으려고 한다면 저는 죄책감 없이 대충 훑어볼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무언가를 더 깊은 수준에서 이해하고 싶을 때, 어떤 목적을 위해 읽을 때, 그것의 복잡성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거나, 세심하게 선택한 단어의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것이라면, 어떤 매체로 읽던 깊이 있는 읽기 과정을 끌어낼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법을 정말로 알아내야 합니다.​저는 프루스트의 인용구에 잠시 멈추고 싶습니다. 프루스트의 말이 정말 이 대화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독서는 독특한 본질상 고독 속의 대화가 만들어내는 유익한 기적이다."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때때로 이것저것 강조하는 것은 실수입니다. 우리 모두는 최선을 다해 독서의 성지, 가장 내면의 풍경, 우리가 가야 할 곳이라는 목표를 공유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것입니다. 독서는 우리에게 최고의 생각을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최고의 생각과 가장 좋은 의사소통의 형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의사소통도 하고, 고독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 자체의 기적입니다. Q. 그래도 우리는 현재 인류 문명과 존재의 근본적인 부족함이었던 정보 제한이 제거된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수백 년 전에 개인은 어떤 정보에도 접근할 수 없었죠.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많아진 그 자체로 좋은 일 아닐까요? 인터넷에 대한 초기 유토피아적 믿음 중 어떤 것이 실현되었죠. 경제 성장, 민주주의의 깊이, 우리의 사회적 지혜와 인간다움이 가속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현재를 돌아보면 성장은 50년 전보다 빠르지 않았고, 우리는 더 현명해 보이지 않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정치 수준은 더 높아지지 않았죠.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판단력은 줄었습니다.왜냐하면 그 정보는 결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정보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그 정보들을 우리가 연결했을까요? 정보의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보의 친숙한 출처만을 찾게 됩니다. 우리는 익숙한 출처로 이동하고 다른 관점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너무 과하게도요.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얻는 대신에 그 정보에 대한 한 가지 특정한 관점만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더 중요한 건 우리는 더이상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비판적인 분석 능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정보와 잘못된 정보, 궁극적으로 선동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정보의 폭격, 특정 매체의 여유,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인지적으로 조급해졌어요. 독서하는 행동이 후퇴했기 때문입니다.Q. 그럼 이 디지털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하는 데 익숙해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저는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서 적어도 20분 동안 철학적, 신학적, 영적 또는 때로는 정치적인 것을 읽습니다. 그것은 저를 완전히 제 자신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저의 생각의 중심을 완전히 잡아주거든요. 천천히 하세요.​여러분은 운동하는 것처럼,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것처럼, 한 주 중에 스스로를 깊이 있는 독자로 재발견하거나 재교육하기 위해서 노력하나요?저는 우리 각자가 우리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경영자라고 생각할만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경영자가 되기 위해선 아주 조금의 휴식만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과 영혼을 가진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장소를 찾으세요. 10분 정도, 어쩌면 20분 정도, 책이든  음악이든 아니면 그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최고의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세요. 정보의 홍수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는 한 구석을 만드세요.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 독서는 이런 경험을 위한 최고의 도구지만 다른 것들도 할 수 있습니다.인터뷰 원문 : ​Opinion | Transcript: Ezra Klein Interviews Maryanne Wolf - The New York Times (nytimes.com) 

뇌과학자 정재승이 말하는 ‘책 읽는 뇌’ 가진 아이로 키우는 법

세계적인 인지신경학자 매리언 울프의 대표작 《Proust and the Squid》가 원제를 따라 《프루스트와 오징어》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됐습니다. 2009년 한국에서 ‘책 읽는 뇌’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이 책은, 대중과 관련 전문가 모두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독서의 뇌과학 분야의 고전으로 거듭났습니다. 2009년 출간 당시의 기사 가운데 책에 흥미를 불어넣어 주는 글이 있어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정재승 교수님이 동아사이언스에 기고한 글 중 일부입니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독서는 ‘고독 속의 대화가 만들어내는 유익한 기적’이다. …영양가 있는 음식이 대개 그렇듯 독서가 가장 유익한 시기 또한 6세부터 20세까지의 지적 성장기다. 독서에 따로 때가 있겠냐마는, 젊은 시기에 배운 지식은 풍성한 자양분이 되어 그들의 삶을 건강하게 살찌운다. 선인의 지혜와 동시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책 속에서 아이들은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여섯 살 때까지 책을 금지하라는 것이다. 그때까지 책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인내심을 갖고 더 기다려도 좋다. 스스로 책을 찾고 책을 즐길 시기가 찾아올 때까지 그들에게 책을 금하라. 때론 읽고 싶다고 해도 맘껏 뛰어놀라고, 아직은 책을 읽을 시기가 아니라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라. … 부모의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언젠가는 우리 아이를 먼 지적 탐험의 길로 떠나도록 인도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섯 살 때까지 책을 금지하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주장이에요. 《프루스트와 오징어》를 잠깐 살펴보시죠. 영국의 독서학자인 우샤 고스와미Usha Goswami와 그녀의 연구팀이 실시한 놀라운 언어 간 연구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세 개 언어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섯 살부터 독서를 시킨 유럽 아이들이 일곱 살에 독서를 시작한 아이들보다 성취도가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네 살 또는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아이들에게 독서를 가르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경솔한 일이며 많은 아이들에게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프루스트와 오징어》 179쪽

편집자 들깨의 내가 만든 책

‘프루스트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특정한 향을 맡으면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에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유명한 장면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어느 날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향기를 맡다가 잃어버렸던 기억의 조각들을 떠올립니다. 그 기억을 더듬으며 과거의 기억과 시간을 되살리게 되죠. 신기하게도, 프루스트가 소설을 발표한 이후 신경과학자들은 미각과 후각이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직접 연관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프루스트는 뛰어난 신경과학적 통찰력을 가진 위대한 소설가였던 셈이죠.프루스트가 통찰력을 발휘한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독서예요. 독서가였던 프루스트는 〈독서에 관하여(On reading)〉에서 독서를 ‘지식의 성역’으로 표현합니다. 《프루스트와 오징어》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그 이유를 독서가 다른 데서는 결코 만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했을 수천 가지 실체와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곳, 각각의 새로운 실체와 진실을 통해 편안한 안락의자를 벗어나지 않고도 독서하는 사람 스스로 지적인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독서에 대한 사랑과 독서라는 행위에 대한 지적인 통찰이 묻어나는 말입니다. 프루스트의 이런 독서에 대한 관점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매리언 울프는 자신의 책 제목에 프루스트의 이름을 넣었습니다.그렇다면 오징어는 뭘까요? 뇌과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던 1950년대에 신경과학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오징어의 축삭돌기였습니다. 축삭돌기는 신경 신호를 다른 뉴런으로 보내는 통로 역할을 하는데, 오징어의 중앙 축삭돌기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큽니다. 사람의 축삭돌기와 비교하면 수백 배나 크죠. 오징어 축삭돌기를 실험하며 신경과학자들은 수많은 지식들을 발견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매리언 울프는 자신이 《프루스트와 오징어》를 집필하던 시기 인간의 독서에 관한 인지신경과학 연구가 1950년대 신경과학자들이 오징어를 연구를 하던 것과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인지신경과학적 측면을 상징하는 오징어를 책 제목에 넣었죠.《프루스트와 오징어》가 독서의 지적인 측면과 인지신경과학적 측면을 상징하는 말이라는 사실은 이 책이 독서를 설명하는 두 가지 관점을 보여줍니다. 독서라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에 대해 가장 문학적이고 가장 과학적인 방식으로 해설하는 이 책, 제목만큼 흥미롭습니다. 급속하게 디지털화된 문화 속에서 독서에 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껴지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불공평함에 대한 작은 이야기

결핍의 덫(scarcity trap)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돈이나 시간 등의 자원이 부족할 경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는 것인데 조금 더 설명드리자면 이런 겁니다. 작은 실수로 어처구니없이 해고당한 여성이 당장 생필품이 부족해지자 신용카드로 물건을 급하게 대량 구입하고는 연체료를 납부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합니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저지르지 않을 실수였지만 궁핍 상태에 처한 뇌는 그렇게 ‘조금만 더’ 생각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죠. 이건 지능의 문제도 게으름의 문제도 아닌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덫입니다. 이 덫에 걸린 사람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해서 현재 상황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죠. 현대 사회, 특히 성공을 개인 노력의 결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게으르다고 비난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노력한다고 추앙하는 태도가 놓치는 것이 바로 이런 문제입니다. “특성화고, 일반고, 과학고를 다 거친 선생님이 말하는 경쟁의 실체”라는 제목의 영상이 바이럴 된 적이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교사가 일반고 학생들의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가 짧은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데요. 넉넉한 집안의 아이들은 대단하지 않은 실력으로도 연주회나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그럴 때마다 잘한다는 격려를 받으며, 칭찬 또는 인정에 익숙해지는 반면, 그럴 기회 없이 자라는 아이들은 그런 자신감 없이 오로지 ‘실수하면 안 된다’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외로운 사람들도 일종의 궁핍을 겪습니다. 이들이 겪는 궁핍은 인간관계의 부족, 즉 친구가 없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자신이 상대방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는 것. 그렇다 보니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말과 행동이 어색해지는데, 사람들은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인관계에서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집착이 친구를 사귀고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것을 막는거죠. 하지만 이는 그 개인이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궁핍한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그들을 붙잡고 있는 환경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책 <친애하는 슐츠 씨>의 1부 첫 글로 이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목은 ’세상의 모든 멜라니들‘. 뉴욕 브롱스의 가깝고도 먼 두 학교 이야기를 중심으로 지역, 부모님, 경제력, 학력, 장애, 성별 등 여러 가지 배경 조건들이 결과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글입니다.이 책 속 첫 꼭지의 글, 꼭 한번 살펴보시고 글의 힘이 느껴진다면 책도 사보시길 권합니다. 이 책의 띠지 카피에 이런 말을 썼습니다. “얼마나 많은 차별이 무지에서 비롯되는가”라구요. 우리가 보지 못한, 깨닫지 못한 차별과 편견을 깨뜨려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