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도서관과의 첫 만남이 기억나시나요?
25-07-03
여러분은 도서관과의 첫 만남이 기억나시나요? 저는 생생합니다. 안국동에 있던 할머니 댁을 갔는데 주변에 놀 만한 곳이 정독도서관뿐이었어요. 동생과 함께 한참을 뛰어다니다가 땀도 식힐 겸 어린이실에 구경 삼아 들어갔는데 정신 차려보니 네 시간이나 지나 있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해리 포터가 9와 4분의 3 승강장을 지나 처음 호그와트행 급행 열차에 몸을 실었을 때, 루시가 낡은 옷장 문을 열고 나니아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처럼 말이지요. 그렇게 제 삶은 바뀌었습니다. 무언가를 읽고 쓰고 질문하고 상상하는 재미에 홀려버렸어요. 도서관에 스며들고 만 것이죠.
그로부터 대략 25년이 흐른 지금, 저를 다시 한번 '도며들게' 한 책을 냈습니다. 초대 서울도서관장 이용훈, 도서평론가 이권우, 천문학자 이명현, 펭귄각종과학관장 이정모 저자의 신작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입니다. 네 분 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서관 생활자'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살아온 환경도, 활동 영역도 저마다 다르지만, 도서관을 만나 읽고 쓰는 사람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그 주위를 공전하며 살고 계시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는 도서관 생활자 4인방의 도서관에 관한 노변정담입니다. 종로도서관에서 책으로 '놀던' 소년 이명현, "책을 통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좋아서" 사서의 꿈을 품은 학생 이용훈, 원형 도서관에 앉아 온갖 책을 섭렵하며 인문학적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청년 이권우, 독일 본시립도서관 사서들의 집념 어린 권유로 읽은 책들이 계기가 되어 첫 책을 쓰게 된 신인 작가 이정모의 이야기는 도서관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절감하게 하지요.
그런가 하면 《코스모스》 '은하 대백과 사전' 개념을 설명하면서 도서관을 '인류 문명의 중간 기지'라고 명명하고,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적 연대의 뿌리를 도서관에서 찾기도 합니다. 오직 종이책 서가에서만 가능한 지식의 '우연한 발견'이 AI 시대에 필수적인 '새로운 질문'을 배양한다는 역설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도서관에서 책 읽는 '무상의 독자'가 지갑을 열어야 출판도 존재한다는 일갈은 독서 생태계에서 도서관의 역할이 얼마나 지대한가를 새삼 일깨우더군요.
저자 네 분들의 유쾌하면서도 진솔한 대화를 따라가면서 든 생각이 있습니다. '도서관을 향한 고민과 애정에도 얼굴이 있다면 이토록 다양하고 깊이 있는 표정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지요. 이 책은 단순명료한 한마디로 일축할 수 없어서 더욱 가치 있는 책입니다. 기술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과 자본의 논리가 우세하는 시대에 어떻게 해야 도서관이 메마른 정서의 목을 축이고 다양한 생각의 씨앗을 움트게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지를 두고, 네 명의 저자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배틀을 벌이거든요.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을 초대합니다, 도서관 생활자들의 치열한 노변정담의 현장으로요. 벌이거든요.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을 초대합니다, 도서관 생활자들의 치열한 노변정담의 현장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