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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감각하는 순간, 나의 세계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

2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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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감각하는 순간, 나의 세계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

26-01-09

20여 년 전, 성인이 된 후 처음 찾은 동물원에서 북극곰을 보았습니다.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는데 북극곰의 행동이 어딘지 이상했습니다. 동물사 이쪽에서 저쪽까지, 쉬지 않고 왔다 갔다 했어요. 편안한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켜보는 제 마음도 불편해졌습니다.

불편한 마음은 한동안 동물원을 외면하게 했습니다. 아이가 생기니 별수 없이 동물원을 다시 가게 되었지만, 갈 때마다 그 북극곰이 떠올랐고 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고양이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동물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반려고양이에서 길고양이로, 야생동물로, 동물원 동물들로 관심이 확장되었습니다. 나만의 관심으로 머물지 않고 되도록 많은 사람이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한 책이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20여 년의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책을 만드는 동안 청주동물원을 찾았습니다. 겨울의 동물원은 고요했어요. 시끄러운 인간의 소리가 동물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저도 모르게 발소리를 죽이고 목소리를 낮추게 되더라고요. 대신 동물들의 행동을 좀 더 오래 지켜보고, 동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가까이 다가오면 나도 다가가 인사를 하고, 거리를 두는 동물은 마음으로만 안부를 전했습니다. 나와 다른 존재에게 집중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청주동물원에서 새삼 배우고 왔습니다.

몰랐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감각하는 순간, 나의 세계는 예전과 같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을 만들면서 야생동물과 동물원 동물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고, 모든 동물이 자기만의 일상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에 공감했고, 그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애쓰는 김정호 수의사의 마음에 공명하게 되었지요. 이런 마음으로 그동안 몰랐던 세상을 하나씩 알아가려고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이 책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창문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