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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정재승이 말하는 ‘책 읽는 뇌’ 가진 아이로 키우는 법

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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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정재승이 말하는 ‘책 읽는 뇌’ 가진 아이로 키우는 법

24-06-27

세계적인 인지신경학자 매리언 울프의 대표작 《Proust and the Squid》가 원제를 따라 《프루스트와 오징어》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됐습니다. 2009년 한국에서 ‘책 읽는 뇌’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이 책은, 대중과 관련 전문가 모두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독서의 뇌과학 분야의 고전으로 거듭났습니다. 2009년 출간 당시의 기사 가운데 책에 흥미를 불어넣어 주는 글이 있어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정재승 교수님이 동아사이언스에 기고한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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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독서는 ‘고독 속의 대화가 만들어내는 유익한 기적’이다. …영양가 있는 음식이 대개 그렇듯 독서가 가장 유익한 시기 또한 6세부터 20세까지의 지적 성장기다. 독서에 따로 때가 있겠냐마는, 젊은 시기에 배운 지식은 풍성한 자양분이 되어 그들의 삶을 건강하게 살찌운다. 선인의 지혜와 동시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책 속에서 아이들은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여섯 살 때까지 책을 금지하라는 것이다. 그때까지 책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인내심을 갖고 더 기다려도 좋다. 스스로 책을 찾고 책을 즐길 시기가 찾아올 때까지 그들에게 책을 금하라. 때론 읽고 싶다고 해도 맘껏 뛰어놀라고, 아직은 책을 읽을 시기가 아니라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라. … 부모의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언젠가는 우리 아이를 먼 지적 탐험의 길로 떠나도록 인도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섯 살 때까지 책을 금지하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주장이에요. 《프루스트와 오징어》를 잠깐 살펴보시죠. 


영국의 독서학자인 우샤 고스와미Usha Goswami와 그녀의 연구팀이 실시한 놀라운 언어 간 연구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세 개 언어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섯 살부터 독서를 시킨 유럽 아이들이 일곱 살에 독서를 시작한 아이들보다 성취도가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네 살 또는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아이들에게 독서를 가르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경솔한 일이며 많은 아이들에게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프루스트와 오징어》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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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아이의 뇌가 독서를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아이의 뇌가 성숙해진 뒤에는 어떻게 아이의 문해력을 기르게 할 수 있을까요? 매리언 울프가 제안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바로 ‘밥상머리 대화’예요. 식사 때 나누는 대화, 자기 전에 읽어준 책 한 줄이 모여 아이들의 문해력을 성장시킨다는 거죠. 


유아기 문해 능력의 발달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한 하버드 대학교의 캐서린 스노와 동료 학자들은 문해력과 관련된 교재 외에 훗날의 독서 능력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그리 유별날 것도 없는 저녁식사 때 나누는 ‘밥상머리 대화’의 양을 꼽는다. 그저 아이에게 말을 걸고 책을 읽어주고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유아기 언어 발달에 중요한 전부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부족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많은 가정에서 아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이렇게 기본적인 요소에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적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프루스트와 오징어》 192쪽

아이가 일찍 책에 눈을 뜨길 바라는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뇌과학적으로 보면, 동명의 책 제목처럼 ‘기다리는 부모가 큰 아이를 만듭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읽기를 배우게 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독서 회로를 구성하게 되는지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프루스트와 오징어》를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편견을 뒤엎는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인 논의를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정재승 교수님의 글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520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