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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세계와 나란히 존재할 수 있다면”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송섬별 번역가의 후기

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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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세계와 나란히 존재할 수 있다면”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송섬별 번역가의 후기

24-10-07

‘또렷한 기준을 세우고 그에 부합하는 책들을 신중히 선정해 번역하는 번역가.’ ‘자기만의 고유한 시선과 스타일을 지닌 귀한 번역가.’ 송섬별 번역가를 2023년 출판인들이 뽑은 올해의 번역가(〈시사IN〉)로 선정하며 출판인들이 보낸 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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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섬별 번역가. 《페이지보이》, 《눈과 보이지 않는》, 《자미》 번역.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성, 성소수자, 노인,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을 번역해왔던 송섬별 번역가는 책과 관련된 내용을 철저하게 공부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번 책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를 번역할 때도 시각장애인 저자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점자를 공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시각장애인이 아니며 따라서 비당사자인 내가 시각장애를 다룬 책을 읽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사용하거나 내게 있는 시력을 덜 활용하면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눈멂을 탐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오디오북을 듣고, 눈을 감은 채 인도를 걷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입체적으로 재현된 미술품을 만지는 등의 활동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죠. 언제든 다시 비시각장애인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기에 시각장애인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기도 힘들었고 ‘보이지 않음’에 대한 무용담을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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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점자를 배우고, 저시력자를 위한 시설물과 영상을 체험하고, 눈으로 글자를 읽는 대신 스마트폰의 보이스오버기능과 음성 인식을 통해 웹사이트를 탐색하는 경험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주지는 않았다. (…) 무엇보다도,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들 때문에 더 마음이 불편해졌다. 나는 내가 언제든지 눈을 뜰 수 있다는 걸 아는 채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찾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그건 비장애인의 세계로 돌아갔을 때 유용하게 쓰일 무용담이나 전리품을 얻으려는 오만함과 구분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송섬별 번역가는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넗히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언론사 〈비마이너〉, 〈에이블뉴스〉, 팟캐스트 〈A(ble)의 모든 것〉, 장애에 관한 책 《거기 눈을 심어라》,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등이 제공하는 정보들을 참고하고, ‘여기는 당연히, 극장’ 등 배리어프리 공연을 하는 창작자들 덕분에 장애를 가진 몸에 대해 조금이라도 상상할 수 있었다고 말하죠.


“장벽을 인식하고 만든 공연을 경험하면서, 눈멂을 비롯한 다양한 상태의 몸들이 편안하게 공존할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타인의 세계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존재할 수 있는 것임을 떠올릴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나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나란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송섬별 번역가는 긴 여정 끝에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의 저자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열어젖힌 여정에 많은 분들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눈먼 자들은 우리의 세계에, 우리도 그들의 세계에 속한다. 그 세계는 하나이므로."

_ 앤드루 릴런드,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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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서점에서 보기

교보문고: https://bit.ly/4dXigUr

예스24: https://bit.ly/3B0yRYW

알라딘: https://bit.ly/3MFzgC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