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 수 없는 마음으로 괴로운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
25-09-04
세상에는 겪어야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음의 고통도 그렇습니다. 분명 내 마음인데 마음처럼 되지도 않고, 이렇게나 괴로운데 나를 이렇게 만든 게 무엇인지 몇 마디로 간단히 일축할 수 없을 때가 많지요. 그리고 여기, 우울증을 진단받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고통과 마주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국 NHS 정신과 의사 벤지 워터하우스의 회고록 《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가 어쩌다 우울증에 걸린 걸까요? 그 설명할 수 없는 괴로움 앞에서 그는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요? 그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환자들까지, 마음의 병을 견디는 평범한 얼굴들에게는 어떤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을까요? 웃음과 눈물, 감동과 해학이 교차하는 정신 병동의 드라마를 이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정신 질환을 '극복'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모호한 고통을 '이해'해보기를 권하지요. 그것은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 장애, 인격 장애 같은 진단명에 가려진 각자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서로를 연민하고 아주 작은 진전에 박수를 보내는 인간애와 맞닿아 있습니다. 삶의 복잡성과 인간 내면의 모호함을 조금 서툴러도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저자와 환자들의 노고가 애달프면서도 애틋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아들로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불완전함 앞에 절망하는 벤지에게 심리분석가 조지프가 건넨 불가사리 우화를 여러분에게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으로 괴로운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건, 전지전능한 구원자가 아닌 이 고통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는 또 다른 누군가일지도 모릅니다.
노인이 해변을 걷고 있었어요. 만조 때 밀려온 불가사리가 모래사장에 잔뜩 널려 있었는데 한 소년이 그것들을 집어 바다에 던져 넣어주는 것이 보였지요. 노인이 소년에게 뭘 하는지 묻자 소년이 말했죠.
'이 불가사리들을 구해주고 있어요.'
노인은 웃으면서 말했어요.
'얘야, 불가사리는 수천 마리고 넌 혼자인데 이렇게 한다고 누굴 얼마나 구하겠니?'
소년은 불가사리 한 마리를 더 집어 바닷물로 넣어주며 대답했지요.
'저 녀석은 구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