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완벽주의자》라는 출간 제목을 정하기까지
25-11-04
《유연한 완벽주의자》라는 출간 제목을 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신도 혹시 완벽주의자?’라는 제목도 고려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나처럼 허술한 사람이 무슨 완벽주의자야”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저자 엘런 헨드릭슨은 끝끝내 자신을 괜찮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바로 ‘경직된 완벽주의’의 증상이라고 말합니다. ‘나처럼 허술한 사람이…’, ‘나처럼 엉망인 사람이…’, ‘나처럼 별로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오히려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을지도 몰라요.
이 책은 미국의 임상심리학자가 쓴 책이지만 사실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완벽주의자들은 매 순간을 자기증명의 시험으로 느낄 때가 많은데, 시험공화국의 한국인들은 실제로 많은 시험을 겪으면서 사니까요. 또 친척 모임을 할 때마다 ‘살쪘네’라는 말을 듣는다면 ‘내가 자기관리를 못했나?’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을 겁니다. 수많은 책임과 역할에 익숙한 K장녀들도 마음속에 가혹한 비평가를 두고 있을 테죠. 내 안에 깊이 박힌 비현실적인 기준, 그것을 달성하지 못할 때마다 쏟아내는 가혹한 비난. 우리는 언제나 ‘나는 아직 부족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습니다.
《유연한 완벽주의자》는 자기비판, 실패가 두려워 일을 미루는 습관,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정도로 실수를 되새기는 버릇 등 완벽주의자의 대표적 성향 7가지를 정리합니다. 그리고 생각과 행동의 간단한 전환을 통해 자신을 너그럽게 대하는 ‘유연한 완벽주의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죠. 완벽주의와의 행복한 공존법을 알려주는 심리학 도서이지만, 모든 것이 마음의 문제라고 말하거나 ‘사회적으로 강요된 강박’을 외면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개인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응시하고 있지요. 자신을 몰아붙여야 하는 세상에서 지금의 충분한 나를 사랑하고, 지키겠다는 당당한 선언 같은 이 책과 함께 유연한 완벽주의를 배워보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