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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날 가기 좋은 숲속 도서관 네 곳

“루차 리브로 별채는 풍성한 표정으로 책 속 세계를 한층 더 생생하게 만들어주고 보다 깊게 읽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줍니다. 저희는 산에 맞서는 것은 포기했지만 이곳에서 풀과 나무, 새, 동물과 함께 살아가며 읽고 배우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아오키 미아코,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63쪽​루차 리브로 전경 루차 리브로 내부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의 저자 아오키 미아코는 도시에서 대학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중 정신질환을 앓게 되고, 절박한 마음으로 나라현 산촌으로 거처를 옮겨 사설 도서관 ‘루차 리브로’를 개관합니다. 그곳에서 다리를 건너고 숲을 가로질러 찾아와주는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돌보며 살고 있지요. 사진만 봐도 당장 루차 리브로로 달려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분들에게, 대신 가볼 만한 숲속 도서관을 소개합니다.1. 전주학산숲속시집도서관사진출처 : 비짓전주어릴 적 한 번쯤 꿈꾸던 숲속 작은 오두막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외관이 시선을 끄는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이름처럼 시집만 있는 도서관입니다. 내부가 목재로 되어 있어서 숲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카페도 없고 화장실도 외부에 있지만 한번 방문한 사람은 그 매력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시인들의 낭독회나 강연회도 종종 열린다고 하니, 때 맞추어 방문하면 더욱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네요.■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2가 산812. 오동숲속도서관사진출처: 오동숲속도서관 홈페이지서울 성북구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으로, 성북구 월곡동 오동공원 내에 있습니다. 산책길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도서관이에요. 내부에 카페가 있어서 음료 한 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고요. 도서관 홈페이지의 소개글 대로 ‘자연과 함께 사는 도서관, 일상의 휴식을 제공하는 도서관, 잠시 쉬어가고 싶은 도서관, 머물고 싶은 도서관, 내일을 살아가는 지식과 힘을 재충전하는 도서관’인 것 같네요.■ 서울특별시 성북구 화랑로13가길 110-103. 건지산숲속작은도서관사진출처:  전주도서관홈페이지전주 건지산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편백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답니다. (루차 리브로는 삼나무 숲 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했는데, 둘 다 너무 좋겠어요) 숲속 도서관답게 숲과 자연에 관한 책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어서 안팎으로 숲을 느낄 수 있는 도서관이에요. 편백향을 맡으며 즐기는 독서라니,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건지산로 40 건지산숲속작은도서관4. 매봉산숲속도서관사진출처: 매봉산숲속도서관서울 성동구 응봉근린공원 부근에 위치한 매봉산숲속도서관은 절기마다 바뀌는 나뭇잎 색깔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공원에서 산책하다 자연스럽게 들러서 책과 자연을 친구 삼아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볕 좋은 날은 좋은 대로,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은 또 그런 대로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도서관인 것 같아요.■ 서울특별시 성동구 매봉길 49-29매년 4월 12일은 도서관의 날입니다. 도서관 주간에는 여러 도서관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집니다. 도서관이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이유는 단지 책을 읽고 지식을 쌓으라는 뜻이 아니라 책을 통해 더 넓은 세계를 만나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중물로 삼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번 도서관 주간에는 가까운 도서관에서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를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지금 여기'를 살아내고자 할 때면 깊게 숨을 들이쉴 수 있는 창가로 초대합니다. 심호흡을 하고 나면 이번에는 먼 곳을 바라보며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조금씩 미약하게나마 사회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한  도서관의 가능성을 산골짜기 작은 장소에서 상상하며, 오늘도 창문으로 손을 뻗습니다. 누군가를 창가로 부르는 이에게도 상쾌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닿기를.-아오키 미아코,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28쪽

함께 읽고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더 나은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필통을 들고 다니지 않습니다. 삼색볼펜 한 자루만 가방 주머니에 넣고 다녀요. 그러던 제가 새 필통을 샀습니다.《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저자인 아오키 미아코 씨는 전직 대학도서관 사서였습니다. 대학도서관에서 일하던 시절 도서관을 방문한 한 학생이 볼펜을 빌려달라고 하자, 마침 비치된 볼펜이 없어 자신의 필통을 내밀었다지요. 그 학생은 “개인 물건을 빌리는 것은 좀…” 하며 뒤로 물러나 볼펜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똑같은 볼펜이 비치용으로 있었으면 편하게 썼을 텐데 말이지요.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민폐를 끼치는 일로 여겨지는 시대입니다. ‘각자의 문제는 각자 해결하자’. 물론 자신의 일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세상에는 혼자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이 얼마나 많던가요. 이 책의 저자가 사설 도서관을 열게 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도서관만큼 열어놓고 함께 생각하기에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책에서 답을 찾지요. 함께 읽고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더 나은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혼자 쓸 볼펜 한 자루만 가지고 다니던 제가 이 책을 편집하고 나서 필통을 산 까닭입니다. 당신의 어려움에 펜 한 자루만큼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요.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이 필통을 활짝 열어놓고 책을 읽는 저를 보신다면 주저없이 펜을 빌리러 와주세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각자의 낙원을 마음속에 품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

《정원의 기쁨과 슬픔》은 낙원에서 정원이라는 개념이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원에서 낙원이라는 개념이 비롯된 것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시작합니다. 페르시아에서 정원을 뜻하던 단어가 훗날 ‘낙원(paradise)’이라는 의미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정원은 낙원의 상징이었고, 낙원을 꿈꾸던 이들은 정원에서 자신의 이상을 구현하려 했습니다. 이 책은 각자의 정원을, 각자의 낙원을 마음속에 품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실낙원》의 작가 존 밀턴은 군주 없는 세상을 꿈꿨지만, 왕정복고가 이루어지면서 그의 꿈은 좌절됩니다. 수 세기 전 이야기지만 공감할 사람이 많을 겁니다. 제 부모님 세대의 사람들은 “우리가 원했던 세상은 이런 게 아니었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지만 과연 그때로부터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는 한탄입니다. 물론 그런 한탄은 한 세대만의 것이 아닙니다. 저도, 제 친구들도, 어렸을 때 이런 세상을 꿈꾸진 않았습니다. 이런 삶, 이런 자신을 꿈꾸지도 않았고요. 누구에게든 각자의 좌절된 낙원이 있을 겁니다.저자 올리비아 랭의 말대로 “우리 대부분은 세상이 너무나 새롭고 놀랄 일이 가득한 어린이의 인식이라는 낙원을” 잃어버리기 마련입니다. 《정원의 기쁨과 슬픔》을 편집하며 사람들이 잃어버린 수많은 낙원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며 어쩔 수 없이 잃어버린 낙원들도 있겠지만, 파국이 임박한 지금 시대에서는 잃지 않아도 되는 세상들을 잃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세상들은 저 너머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당연하게 여겼던 보통의 일상들입니다.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음을 깨닫는 슬픔, 사랑하는 대상이 완전히 파괴되고 영영 사라지는 슬픔.” 랭은 사라진 낙원들을 애도하는 동시에 여전히 낙원을 꿈꿀 수밖에 없는 우리의 열망에 대해서도 직시합니다. 그 멈출 수 없는 열망이 예정된 파국을 늦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랭의 절박한 낙관에 어쩔 수 없이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이야기의 숲에서 가장 오래 시간을 견딘 신화가 울창한 나무가 되어 서 있다는 느낌

고백합니다. 대학 시절,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정리한 <변신 이야기>는 교양이라고 생각하며 읽었지만 동양의 신화에는 관심을 가져본 적 없습니다. 졸업 후, 바그너의 오페라를 알려면 북유럽 신화를 알아야 한다기에 북유럽 신화 책은 사두었지만, 동아시아 신화를 다룬 책에는 무지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아시아 신들보다 서유럽 신들이 제게는 훨씬 익숙했습니다. 이러다 사후에 옥황상제가 아니라 제우스를 만나게 될 지경으로요.그래서인지 <처음 읽는 이야기 중국 신화>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 그 충격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일단 누군가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혼돈이 죽자'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발상에 놀랐고, 인간을 창조한 신이 여신인 여와라는 것에 놀랐으며, 벌레가 된 사람들의 나라, 혹은 가슴에 구멍을 가진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나라가 있다는 그 자유롭고 거침없는 상상력에 놀랐어요. 지금은 책의 표지를 가득 채운 응룡, 제강, 승황, 상류가 그저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중국 신화의 매력에 빠진 거죠.무엇보다 편집하며 몇 번에 걸쳐 원고를 다시 읽는데도, 읽을 때마다 원고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당연한 것이더라고요. 신화라는 게 수백 수천 년을 거치며 다시 말해진 이야기들이니까요. 숲 속에 가장 오래된 나무가 우뚝 서 있듯. 이야기의 숲에서 가장 오래 시간을 견딘 신화가 울창한 나무가 되어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가오는 주말, 신화가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서 한숨 쉬었다 가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 깊이 권해봅니다. 

‘음식과의 싸움’을 더 현명하게 해나갈 가이드를 만났다는 느낌

붕어빵 팥앙금만 먹고 나머지는 버리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정말 특이하게 먹는구나... 신기해 하다가, 그리고 얄미워하다가?! 어느새 소보로빵 소보로만, 포켓몬빵 슈크림만 등등 양금만 찾아먹는 저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평소엔 건강하게 먹어왔어요. 두부, 콩, 채소, 우유 위주로 먹는 식으로요. 그런데 달달하고 잘게 자를 필요가 없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재료라고 해야겠죠) 앞에서는 ‘비정상적인’ 패턴으로 섭취를 하고 있었던 거죠. 단지 당이 떨어져서... 라고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이었습니다. 지금은 고쳤지만 종종 생각해요. 그때 그 행동들은 뭐였을까.이번에 만든 책 <매직필>에서 제 행동의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 작가가 오늘날 우리가 왜 이렇게 살이 쪘는지, 운동과 식단을 통한 다이어트는 왜 항상 실패하는지,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으로 등장한 비만약이 정말 유일한 희망인지 질문하는 책인데요. 이 책의 세 번째 챕터 제목이 ‘포만감의 죽음과 부활’입니다. 왜 우리는 스테이크, 감자, 과일 생선 등 자연식품 대신 비스킷 시리얼, 케이크, 요구르트 등 가공식품을 더 선호하게 됐을까. 두 식품 사이 어떤 차이가 있는걸까. 질문하는 챕터인데요.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포만감이라고 합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설탕, 지방, 탄수화물의 강력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가공식품은 음식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는데... 이 음식들은 우리를 덜 게 만들고, 혈당 스파이크를 만들어내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두가지 단백질과 섬유질 섭취를 부족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포만감을 지우고 끊임없이 먹도록 만든다는 것인데요.생각해보면 그랬어요. 붕어빵을 먹고 소보로빵을 먹으면 어떻게든 배가 불러왔지만(밀가루라는 탄수화물이 들어가니까) 소보로만, 슈크림만, 팥앙금만 먹으면 배부른 감각이 마비된 거 같았거든요. 이건... 치즈케이크를 먹거나 음료를 마실 때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아요. 정말 맛있다고 느끼면서 한판도 먹을 수 있는 기세였던 게 떠오르고...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부터 비만과 다이어트약까지 이 책 <매직필>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지만 영영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주제를 다루는데요. 저는 우리 모두가 평생 하고 있는 ‘음식과의 싸움’을 더 현명하게 해나갈 가이드를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너무 추워진 오늘 저녁은 허한 속을 달래기 위해 삼겹살에 소주를 먹을 예정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