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칭찬보다 임파워링한 질문이란
내가 이 프로젝트를 특별히 기억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로부터 한두 달쯤 지났을 때였다. 클라이언트 쪽 본부장과의 프로젝트 업데이트 미팅에 나 혼자 참석하게 되었다. 그날 왜 디렉터 없이 나만 참석하는 일이 벌어졌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흔치 않은 상황이었다. 고작 2년차 컨설턴트였던 나에게 대형은행의 고위 임원 앞에서 직접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다. 주로 정량적인 분석 결과를 보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본부장은 내 말을 다 듣고 나서 몇 가지 기술적인 내용을 확인하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물었다.“제 선생,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중요한 프로젝트였고, 어떤 결정을 내리건 은행 안팎으로 여파가 클 상황이었다.미팅을 앞두고 수많은 예상 질문들을 떠올리고 답도 준비했지만, 이런 질문을 받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경험이 적은 여성’ 컨설턴트였던 나에게 ‘제 선생’이라는 호칭과 함께 날아온 그 질문은 너무나 무거운 것이었지만, 동시에 그 어떤 격려나 칭찬보다도 임파워링empowering한 것이기도 했다(이보다 더 정확한 단어를 찾기가 어렵다. 나에게 이 질문은 ‘네게 이 질문에 답할 힘이 있다고 믿는다’는 메시지였다).클라이언트의 질문에 정확히 몰라도 아는 체하며 두루뭉술하게 답하는 게 2년차에 익힌 기술이라면 기술이었지만, 그날 그 질문에는 아는 척할 수 없었다. “저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로 대답을 시작했던 것을 스스로 기특해하며 미팅에서 돌아왔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의미인지 처음으로 알 것 같았다. 클라이언트의 자리로 가서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도. 나는 이 프로젝트를 내게 도약대가 되어준 프로젝트로 기억하고 있다. 이런 진지하고도 사려 깊은 질문을 받을 수 있었던 덕이다. 그분이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_《일하는 마음》, 제현주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사랑한 《일하는 마음》,추가원고가 수록된 리마인드 개정판 출간